[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저유가가 길어지면서 국내 주유소의 모습도 과거 유가 고공행진 당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최근 두 달 동안 40%가량 올랐지만,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2일 한국석유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주 보통휘발유 기준으로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은 리터당 1361.46원을 기록, 전주에 비해 0.04원 오르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세전 기준)은 이달 2주 기준으로 전주보다 7.4원 하락한 1279.3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내림세가 절정이었던 2월 첫주와 비교해 주유소 판매 가격이 거의 변화가 없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거래가격이 2월 초 배럴당 29.1달러에서 지난 26일 40.83달러로 40.7%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 거래가격과 국내 정유사의 공급가격 증가율은 6%대로 비슷하다. 과거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찔끔'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기름값이 최근에는 너무 착해진 것이다.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유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1~2개월의 가격 반영 시차와 주유소 재고, 유류세 등의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휘발유 가격의 변동성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주유소 간 생존경쟁으로 눈치작전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1990년 3000여개 수준이었지만 정부가 1995년 주유소 허가 거리제한을 폐지하면서 2011년 1만3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주유소 간 손님 뺏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숫자는 최근 1만2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주유소 업계는 전국 주유소 숫자가 8000개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자생력을 갖추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셀프주유소가 2014년 말 1769개에서 지난해 말 2119개로 늘어난 것도 주유소 업계의 생존 노력의 하나다. 아울러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을 연계한 복합 편의시설로 변신도 꾀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보통휘발유 판매 가격이 가장 낮은 상표는 알뜰(자영)주유소로 평균 리터당 1328.9원을 기록했다. 최고가 상표는 SK에너지로 1377.1원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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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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