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황민규 기자]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2012년 이후 4년여 만에 다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총괄한다. 연간 매출 규모를 합산하면 70조원을 넘는 두 거대 사업부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조만간 대대적인 삼성디스플레이 경영 효율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1분기 내내 골머리를 앓게 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의 사업 효율화 및 정리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노후라인의 경우 폐쇄 또는 매각하는 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이 삼성 LCD 사업에 칼을 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권 부회장은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진 LCD 사업부장도 총괄했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등 3개사가 삼성디스플레이로 통합하면서 삼성의 첫 부품(DS·DP) 총괄을 맡기도 했었다.
실사구시형 리더로 꼽히는 권 부회장은 역대 삼성 반도체를 이끈 황창규 전 사장, 진대제 전 사장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신중한 타입이지만, 불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칼을 대는 리더로 알려졌다. 특히 비효율적인 사업 방식이나 회사 문화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히 정리하는 성향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 번도 받기 힘들다는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두 번 수상한 탁월한 기술자이기도 하다. 업계는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의 강점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LCD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사업조정을 통해 사업 규모를 최소화하거나 일부 라인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대만의 LCD 물량 공세로 이미 공급과잉이 사상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능력은 일부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는 권 부회장의 입지가 커지면서 한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져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3강 경쟁 구도가 심화하고 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한 중장기적인 위협요소도 상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