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현실 속 길 찾기 능력 검사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뇌과학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질환 저널' 4월호에 게재한 이 연구결과는 기존 방법보다 간편하고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새 진단법을 개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초기 단계로 진단받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보이는 여러 증상이 있다. 그중에서 길 찾기 또는 공간탐색(navigation)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실제 행동으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뇌척수액 등의 검사에서 알츠하이머 생체지표가 양성이어서 나중에 발병하게 될 사람들의 길 찾기 능력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었다.

이 같은 이른바 '임상 증상 발현 전(preclinical) 지표 보유자'(pAD)를 쉽고, 빠르고, 싼 방법으로 찾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뇌와 척수액 검사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을 정상인, 증상 발현 전 지표 보유자(pAD), 이미 증상이 나타나 초기 단계로 진단받은 환자(AD) 등 3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은 PC를 이용, 가상현실 속 미로에서 길을 찾아가는 능력을 검사받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미로의 복도들엔 4가지 문양의 벽지가 사용되고 20개의 주요지형지물(landmark)이 배치됐다.

길 찾기 능력은 '자기중심적 탐색'과 '환경중심적(타자중심적) 탐색' 두 종류로 나눠 검사했다.

전자는 미리 학습하거나 여러 차례 경험해 익숙한 정해진 경로만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후자는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전체 그림지도를 마음속으로 그린 뒤(뇌의 인지매핑작업) 가장 유용한 최단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목적지나 경로가 바뀌어도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자들은 정상인보다 두 가지 능력이 모두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증상은 없고 생체지표만 보유한 사람(pAD)들은 익숙한 경로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능력엔 문제가 없었으나 새 경로를 찾아내거나 새 목적지로 가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데니스 헤드(심리학 및 뇌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실험 참가자 규모(71명)가 비교적 작은 데다, 길 찾기 능력과 관련된 뇌 기능 및 관련 부위 상태의 직접 측정을 병행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헤드 교수는 그러나 이 검사법의 민감도(정확도)는 기존 '일화적 기억에 관한 표준 심리 측정 방법'보다 뛰어났다면서 현재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이스틱으로 마치 컴퓨터 게임 같은 길 찾기 검사를 하는 치매 조기 검사법이 나오면 값비싼 기존 방법을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FDG-PET(불화디옥시포도당 양전자 단층촬영) 검사비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60만∼120만원에 달해 많은 사람이 검사를 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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