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선박 건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철강업계가 원재료와 중국 후판 유통가격 상승을 근거로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선소들은 수주가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건조비용 상승으로 신조 발주가 위축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재 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 후판 유통가격은 지난 11일 톤당 2746위안(약 48만6000원)으로 전날보다 3.4% 올랐다. 후판 가격은 지난달 7일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루 새 19.3% 급등한 여파로 13% 오르는 등 최근 가격 흐름이 심상치 않다.

후판 가격의 오름세는 다른 철강 제품과 궤를 같이한다.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값이 지난달부터 반등하면서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철강 유통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유통재고가 낮은 상황에서 계절적 성수기의 도래, 선물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라면서 "철강제품 가격이 장기간 지속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를 경험한 유통상들이 보유재고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후판 가격이 들썩이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원자재와 중국 후판 가격 인상을 근거로 조선소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의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국내 조선소들이 구매한 후판 가격(포스코의 공장 출하 공시 가격 기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톤당 110만원에 묶여 있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은 지난 10년간에 걸쳐 최저 수준"이라며 "최근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열연과 냉연 강판, 철근 등의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가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대비해 업체들이 사재기에 나서게 되고, 이는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용 후판 역시 반등세가 본격화할 경우 선사들이 발주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철강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반면 조선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후판 가격이 1% 상승하면 조선업체의 영업이익은 1~3.3%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후판 가격이 1% 상승하면 올해 영업이익이 삼성중공업은 3%, 대우조선해양은 2.4%, 현대중공업은 1%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선박 발주가 뜸한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구매 여력이 줄게 되고 이는 철강사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주장이다. 후판 가격 인상이 철강사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선박 가격도 함께 올려야 하는데, 지금처럼 선박 발주가 뜸한 상황에서 배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에는 선박 건조비용이 싼 해외 조선소로 발주가 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자료:한국철강협회>
<자료:한국철강협회>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