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먹자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소비는 한 나라 국민의 웰빙을 가늠하는 거시경제지표다. 두 나라의 소득수준이 같다면 소비가 더 큰 나라 국민이 그만큼 더 실속 있게 사는 것이다. 물론 소비의 구성내역도 따져보아야겠지만…
3월 말 발표된 2015년 국민계정통계(잠정치)는 지난 15년 간 우리경제가 어떤 흐름을 타고 오는 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우선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의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와 해외부문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여기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소비다. 가계소비에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를 합한 민간소비 비중은 신용카드대란이 일어났던 2002년 55.5%를 정점으로 하락, 2015년 49.5%로 떨어졌다. 작년 비영리단체를 제외한 가계소비 비중은 47.1%에 불과하다.
이 현상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설 때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비중이 늘어나는 일반적인 추세에 어긋난다. OECD 34개 회원국 전체 민간소비의 비중은 지난 20년 동안 2% 가깝게 증가, 최근 61.8~61.9%에 이르고 있다. 초저성장에 진입한 지 4반세기 가까운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 초 57%대에서 꾸준히 증가, 60%를 넘어선지 오래다.
소비는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딘 대침체(Great Recession)에서 국민경제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다. 수출이 생산활동의 특화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면 소비는 소비활동의 다변화로 국민경제를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데 기여한다. 소비는 단지 수출, 수입뿐 아니라 그 속성상 교역하기 쉽지 않은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서빙하는 커피는 비록 수입품이기는 하지만 서비스라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이 부가가치는 고용과 소득을 이끌어 낸다. 작년 GDP의 49.5%를 차지하는 민간소비 가운데 일부는 학원 선생님부터 치킨집 사장님, 편의점 알바생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고용의 74%가 몰린 서비스업 종사자가 벌어들인 소득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나머지 소비는 수입소비재 및 서비스와 전기, 수도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서비스를 제외한 산업에서 생산한 재화에 지출한 것이다.
선진국이 신흥국에 비해 성장률은 낮지만 대신 견실한 내수로 안정적인 경제가 유지된다. 세계경제의 침체로 (명목)수출은 3년 연속 내리막 길이다. 만약 내수가 튼튼했었더라면 우리경제가 이토록 수출부진으로 고통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급속히 늘어나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한계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수출이 어려울 때 대신 내수가 받쳐주었다면 기업실적이 훨씬 개선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비중이 꺾이는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우리경제가 선진국의 경제구조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앞으로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상당한 구조적 요인이 내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내수가 튼튼해지는 것에 다름 없으며 궁극적으로 튼튼한 내수는 서비스부문의 높은 생산성에서 비롯한다. 생산성이 높은 곳에 투자도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경제주체들이 문제에 대한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제20대 국회는 선량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과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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