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거둔 세전 순이익은 8% 이상 늘었지만, 비과세 세무조정에 따른 공제혜택으로 실제 부담한 법인세는 오히려 2.8% 줄었다. 이는 주요 기업이 비과세 수익 등 공제혜택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재벌닷컴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 소속 92개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들 상장사가 부담한 법인세는 총 8조9450억원으로 2014년(9조2000억원)보다 약 2.8%(2550억원) 감소했다. 반대로 10대 그룹 상장사가 작년에 올린 세전 순이익은 50조7710억원으로 8.7% 늘었다.
세전 순익 증가에도 10대 그룹 상장사의 법인세가 줄어든 것은 비과세 수익이나 세액공제 등 세무조정을 거쳐 3조3000억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기 때문이다. 공제액은 법정세율에 따른 전체 법인세(12조2720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이른다.
이 결과 법인세 유효세율(세전 순이익 대비 실제 부담한 법인세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은 17.6%에 그치면서 1년 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10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낸 법인세가 2조90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보다 7% 증가한 숫자다. 삼성그룹 상장사들은 실적 감소 등의 여파로 1년 전보다 36.6% 줄어든 2조3280억원을 내 2위로 밀려났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호전으로 법인세가 66.2% 늘어난 2조2530억원을 기록했다. LG그룹은 9300억원, 롯데그룹은 5590억원, 포스코그룹은 3780억원, 한화그룹은 1320억원, GS그룹은 540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한진그룹은 작년에 적자를 내 법인세를 부과받지 않았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은 법정세율에 따른 법인세가 3500억원이었지만 세무조사를 받은 일부 계열사의 법인세 추가납부로 더 많은 법인세를 부담해야 했다.
아울러 작년 법인세 공제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공제액이 1조8810억원에 이른다. 이는 세율 적용 세액(4조2090억원)의 44.7% 수준이다. 다음으로 SK그룹이 1조550억원(31.9%), 현대차그룹이 4950억원(14.5%), 한화그룹이 890억원(40.2%), GS그룹이 180억원(24.8%)의 공제혜택을 받았다.
한편 개별 상장사 중에선 삼성전자가 전년보다 21.4% 감소했음에도 2조1140억원으로 가장 많은 법인세를 냈다. 현대자동차는 4.3% 증가한 1조245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