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자살예방행동포럼 위원장
박일준 자살예방행동포럼 위원장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 캠페인&포럼 박일준위원장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님께.

저희는 자살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는 LIFE라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여느 때보다 치열했던 선거운동으로 고단하신 줄 압니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간곡한 편지를 드리오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IMF 이후 확연히 늘어났습니다. 자살은 사회 문제들과 깊은 연관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개인의 문제로만 봅니다. 개인 병리적인 문제로 봅니다. 정신질환으로 보고, 가족 중 혹여 자살한 사람이 있으면 쉬쉬합니다.

교통사고였다고 사망 원인을 다르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가족력에 정신병이 있는 것 아니냐며 다른 형제의 혼삿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는 연령별로 원인이 다릅니다. 10대는 입시, 학교폭력과 왕따, 20~30대는 취업과 불투명한 미래, 40~50대는 실업과 경제적 문제, 60대는 빈곤과 질병이 주된 원인입니다. 이렇게 연령별로 원인이 다르다 보니 자살은 거의 모든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누구도 자살이란 사회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실패, 파산, 질병,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 등 심각한 상실을 겪게 되면 그것도 동시에 이런 고난들이 겹치게 되면, 저희와 같이 자살 예방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평범한 모든 사람들도 자살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말합니다.

자살은 생명에 대한 문제입니다. 자살문제만큼 아픈 사회문제는 없습니다. 반대로 자살문제는 모든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살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단체는 자살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고, 교육하고, 공동체 정신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살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멀게만 보입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법과 정책을 통한 정부의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그 동안 국민 관심이 먹고사는 문제에만 있다보니 그 어떤 정권도 죽는 문제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20대 국회에 입성하시고, 잊지 말아주십시오. 자살문제의 해결은 우리 자녀들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일입니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새로마지 정책이 만들어졌던 것처럼 자살문제도 이제는 국가가 대책을 마련하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도 38분당 한 명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이 생명을 살리실 수 있습니다.

당선을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꼭 기억해주십시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광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