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여름철도 아닌데 사이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 정치인 노희찬은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고 어떤 저축은행은 '사이다 대출'을 출시해서 영세 사업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 주고 있다. 모바일 중저금리 대출의 이름을 사이다로 지은 덕에 재미를 보고 있다. 게다가 요즘 '사이다 드라마'가 대세다. 가진 자들의 '갑질'이 끊이질 않으니 '을'의 저항이나 반전이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는 모양이다. <시그널> <돌아와요 아저씨> <동네변호사 조들호> <욱씨 남정기> 등이 그것인데, '고구마' 같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주인공들의 맹활약이 꽉 막힌 국민들의 가슴을 '사이다'처럼 통쾌하게 해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일요일 밤 8시30분 방송되는 JTBC <차이나는 도올>이 장안의 화제다. 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하면서 '헬조선'의 현실을 진단하는 도올의 '사이다 강연'은 N포세대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다. 오래전 연세대 김영석 교수(현 부총장)와 함께 조사연구차 영국을 여행한 일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내서 몇 개의 성(castle)을 둘러 보는 1일 투어에 나섰다. 자유시간 중에 성안에 있는 매점에 들러 더위를 식힐 겸 사이다를 한 병 주문했는데 맛이 이상했다. "It didn't taste like cider." 영국의 사이다는 우리가 말하는 기포성 청량음료가 아니었다.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니 취기가 올랐다. 아차, 내가 마신 사이다는 사과술이었다.
탄산수에 당분과 향료를 넣어 만든 음료수가 사이다다. 시원하고 달콤하다. 과거 킨사이다, 칠성사이다는 국민음료였다. 사이다는 원래 '사과즙을 발효시켜서 만든 술'을 일컫는 말인데 일본사람들이 탄산음료에 사과향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사이다라고 이름을 지었다. 사이다는 190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금강사이다'와 '미쓰야 사이다'가 그것이다.
사이다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발효시키지 않은, 사과를 짜낸 달콤한 즙은 soft cider 또는 sweet cider라고 하고 알코올이 든 사과주는 hard cider라고 한다(일반적으로 그냥 사이다라고 하면 사과주를 가리킨다).
Cider in Japan and Korea refers to a soft drink similar to Sprite or lemonade. A popular drink in China is called 'Apple Vinegar', which is apple juice(사이다는 일본과 한국에서 스프라이트나 레모네이드와 유사한 청량음료를 가리킨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음료는 '사과식초'라고 불리는 사과쥬스다). 사이다의 알코올 도수는 영국의 경우 1.2%에서 8.5% 수준인데 유럽 다른 나라의 경우 3.5%에서 12%로 훨씬 더 높다. 사이다는 포도가 생산되지 않는 영국의 West County지역과 프랑스 Normandy와 Brittany지역이 주산지이긴 하나 유럽과 북미 대륙 전역에서 생산된다. 영국은 사이다 최대 생산국인 만큼 1인당 소비도 세계 최고다.
프랑스에서는 사이다를 시드르(cidre)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기포성(sparkling) 제품이다. 고급 시드르는 샴페인 스타일의 병에 넣었다가 유리잔보다는 도자기잔(ceramic bowl)에 따라 마신다.
사이다가 사과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 식의 사이다는 영어로 무엇일까? 이와 비슷한 맛을 가진 음료로는 Seven-up, Sprite, Mountain Dew, Schweppes(슈웹스) 등 여러가지 있다. 모두 특정 회사의 상표 이름이다. 공통적인 이름은 soft drink, cold drink, lemonade, carbonated drink, soda water 또는 pop, 아니면 soda pop이다. pop은 톡 쏘는 맛에서 생긴 이름이다. 물론 넓은 의미로는 refreshing drink, refreshment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다는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또는 피자나 햄버거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즐겨 마시지만 또 다른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막사이다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Mak-cider is a drink which Korean traditional rice wine makgeolli is mixed with lemon soda, which is called 'cider' in Korean. It was particularly popular in the '60s and '70s(막사이다는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에 한국인들이 사이다라고 부르는 레몬소다를 탄 음료다. 60년대와 70년대에 특히 인기였다). Korea Herald에 실렸던 기사다. 막사이다 애호가의 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었는데 밀짚모자 쓰고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 잔을 들고 파안대소하던 모습은 지금도 많은 국민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어제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사이다정치'를 기대해도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