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구축 함께, 서비스는 각자
신규사업자 시장 진입 쉬워져
멕시코·중국 도입… 효과 전망
"국내 경쟁 치열…현실성 없어"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주파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 중국 등 해외에서 도입되고 있는 '네트워크 공유제'가 주목받고 있다. 네트워크 공유제는 여러 이통사들이 통신망 구축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함께 설비를 구축하되, 서비스 사업은 각자 하는 방식을 말한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통신교통부(SCT)는 지난 2월 '국가 도매 공유 네트워크'(The Shared Wholesale Network) 구축을 위한 민간자본 입찰공고를 냈다.

이 사업은 멕시코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 700㎒ 주파수 대역에 LTE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국망을 구축하고, 통신망 임대를 희망하는 알뜰폰(MVNO) 사업자들에 차별없이 제공하는 사업이다. 민·관 컨소시엄은 오는 2018년까지 35억 달러(약 4조원)를 들여 인구 30%가 이용할 수 있는 1단계 전국망을 구축키로 했다. 이후 5년 내 전국망을 9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멕시코 정부는 네트워크 구축 사업권 경매를 오는 8월 진행하고, 사업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700㎒ 대역 90㎒ 폭을 20년 동안 임대해 네트워크를 운영·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공유 네트워크는 알뜰폰(MVNO) 또는 기존 지역별 이동통신사가 아무런 차별 없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멕시코 정부는 이 공유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사업자들이 10억 달러에 이르는 교외 지역 기지국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멕시코 통신 시장은 세계 5대 갑부로 불리는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소유한 '아메리칸모빌'이 유·무선 통신시장의 70% 가량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적이지 못한 통신 정책으로 주파수가 파편화되고,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 결과, 멕시코는 이동통신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5460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네트워크 공유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극약 처방이라는 평가다.

중국에서도 네트워크 공유제가 도입됐다. 중국 2위와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지난 1월 LTE 이동통신 네트워크 공동 구축과 공유는 물론, 각사가 보유한 모든 통신 방식과 주파수를 지원하는 일명 '6모드 단말기'를 개발해 판매키로 했다. 중국 이통 시장 점유율 63%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차이나모바일에 대응하기 위한 차이나유니콤(22%), 차이나텔레콤(15%)의 협력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세 기업 모두 국유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배경에는 정부가 이통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주파수 활용효율을 높이려는 부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네트워크 공유제는 당장 국내 이통 산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끝난 직후 "주파수 가격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어, 결국 소비자 부담도 올라간다"며 "이통사들이 서로 같은 주파수를 활용해 망을 구축하는 주파수 공유제를 경쟁사에 제안한다"고 말해 국내 처음으로 네트워크 공유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여러 통신사의 반발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에 금방 묻혔다. 국내 이통 시장은 사업자 경쟁이 치열하고, 중국과 멕시코에 비하면 전국 통신망을 구축하기 쉬운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공유제 도입을 장기적 차원에서 연구·검토할 대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전력산업은 정부가 기간 인프라를 관리해도 기술혁신과 가격효율이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며 "네트워크와 주파수 효율화를 위해 정부 주도의 통신 인프라 구축·운용을 미래 차원에서 고민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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