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노바01' 기반 직접개발
'SSM 시리즈'의 기술적 토대

1975년 10월 13일 한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미니컴퓨터 '세종 1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IST 제공
1975년 10월 13일 한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미니컴퓨터 '세종 1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IST 제공


■ 사진으로 보는 과학기술 50년
(9) 국내최초 컴퓨터 '세종 1호'


1972년 4월, 청와대의 한 인사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기술 검토와 제품 개발 가능성을 물어왔다. 청와대 주요 기관끼리 전화 통화를 하면서 외부 도청 가능성을 차단하고 상위권 통화자가 언제든 통신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핫라인용 사설전자교환기(PABX)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주문이었다.

당시 7·4 남북공동성명 등을 전후해 중요한 정치적 상황에서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사이에 통신비밀이 보장되는 핫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로부터 2개월 후 '메모콜(Memo Call)'이란 이름의 극비 프로젝트로 PABX 개발이 시작됐다. KIST는 2개월 동안 연구 조사 끝에 청와대가 요구한 기술이 미국과 소련 등 극히 일부 고급 정보기관에서 사용하는 시분할식 특수 교환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당시 교환기 개발을 위해 미국 데이터제너럴(DG)로부터 도입한 '노바 01' 컴퓨터로는 시분할 처리가 불가능해 새로운 컴퓨터 개발이 필요했다. 결국 KIST 연구팀은 교환기 제어를 위한 새로운 컴퓨터 개발에 착수, 노바 01을 기반으로 1KB D램을 사용하는 독자 설계 컴퓨터 '세종 1호'를 개발했다. 이후 1973년 3월 세종 1호를 이용한 PABX 시스템 'K1T-CCSS'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개발에 성공하면 지급하기로 한 6000만원 대신 개발한 교환기를 상품화해 개발비를 해결하라고 통보했다. 결국 KIST는 미국 GTE와 상용화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1975년 500회선 규모의 자동구내교환기 'KIST 500'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개발된 세종 1호도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GTE는 KIST 500과 세종 1호 등의 양산을 위해 삼성그룹과 손잡고 '삼성GTE'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이후 GTE가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삼성반도체통신으로 이름을 바꾼다.

세종 1호는 컴퓨터의 두 요소,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 세종 1호는 1980년대 삼성반도체통신이 국내 최초의 독자 모델로 개발한 슈퍼마이크로컴퓨터 'SSM' 시리즈의 기술적 토대와 국산 전전자 교환기 'TDX-1'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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