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욱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창의연구단)
김완욱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창의연구단)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은 우리 몸을 병균으로부터 지켜주는 병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기면 면역세포가 반란을 일으켜 자기 몸의 일부, 특히 관절 안에 특정성분을 병균으로 착각해 이를 공격하게 되며 관절염이 만성적으로 생기게 된다.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5∼1퍼센트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약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생이 증가하며 60대 여성의 경우 30대 여성에 비해 발병률이 6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앞으로 환자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특이하게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중 70~80%가 여성이다. 즉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남자보다 여자에서 3배 정도 많다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차이는 아마도 여성호르몬의 영향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류마티스 관절염이 왜 생기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유전, 환경적인 요인(감염, 흡연, 충치, 장내 미생물 등), 면역체계의 교란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병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어느 하나의 원인만으로 병이 생기지는 않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환자의 자녀의 경우 병에 걸릴 위험이 4배 이상 증가된다. 여성 호르몬, 부신피질 호르몬과 같은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도 발병과 관련된다. 특히 임신, 출산, 스트레스 등에 의해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경우 면역체계가 교란되고 이로 인해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저희 연구진을 포함하여 여러 학자들이 연구해 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관절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던 활막세포가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활막세포가 종양(암)과 같이 증식하여 뼈와 연골을 파괴된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시된 바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초기증상은 양쪽 손가락 혹은 손목에 생기는 통증과 부종이 특징이다. 주로 아침에 관절에 뻣뻣해지는 강직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조조강직'이라고 한다. 이러한 조조강직현상은 1시간 이상 지속되는 특징을 지닌다. 조조강직현상이 있고, 특별히 다치지 않았는데도 6주 이상 관절염 증상이 지속된다든지 혹은 관절에 통증 뿐 아니라 관절이 붇고 벌겋게 되는 '발적'이 있게 되면 '류마티스 경고등'이 켜졌다고 생각해야 하며 바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신에 침범될 가능성이 있다. 류마티스를 일으키는 병든 면역세포는 관절로부터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서 전신적으로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환자의 2/3에서 입과 눈이 마른다든지, 허파에 물이 차고 딱딱하게 굳어 간다든지, 피부에 결절이라고 부르는 혹이 생길 수도 있고 심할 경우 혈관이 막히거나 눈에 염증이 생겨 실명하는 등의 전신 합병증이 생길 수가 있다. 이외에 발열, 체중감소, 빈혈과 같은 전신증상이 생길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인지 아닌지는 혈액검사로 쉽게 선별이 가능하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핏속에는 류마티스 인자라는 항체가 70% 내외에서 발견된다. 아침에 관절이 1시간 이상 뻣뻣하고 양쪽 손목, 손가락에 대칭적으로 관절염이 있고, 3개 이상의 관절을 침범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하게 된다. 대개 환자들은 이 정도가 되면 병원을 찾아오게 되는데 여러 가지 피검사, 엑스레이, 관절 초음파와 같은 검사를 받게 된다. 전문의는 다양한 증상과 검사소견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게 되는데 이때 진찰소견이 가장 중요하다. 가끔씩 진료하다 보면 "피검사에서 류마티스 인자가 나왔다. 그러니까 류마티스다"라고 오해하고 걱정하시는 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정상인의 5~10%에서도 류마티스 인자는 나올 수 있고 이것 하나만 가지고 류마티스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노인성 관절염이나 섬유근통 증후군 같은 병들의 경우도 양쪽 손에 대칭적으로 관절통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오인할 수 있고 그러기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진찰이 매우 중요하겠다.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일단 류마티스 관절염이 정착되고 나면 대개의 경우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아주 희망적인 연구결가 나왔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이 의심되나 진단이 불확실한 관절염 환자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했더니 완치율이 70%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다"라는 놀라운 결과가 발표됐다. 여기서 말하는 '완치'란 약을 끊어도 재발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데 이 연구결과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가급적 일찍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완치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록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확진이 되더라도 약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완전관해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포기하시거나 중도에 투약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하시는 것이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단순히 소염, 진통제만으로는 치료될 수 없다. '항 류마티스 약물'이라고 불리는 면역조절제를 복용해야 하며 치료효과를 높이고 내성을 줄이기 위해 2~3가지 약물을 칵테일처럼 혼합해서 사용하게 된다. 항 류마티스 약물이 작용하려면 6주에서 3개월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에는 증상 완화를 위해 소염제와 같은 약물이 처방될 수 있고, 물리치료 나 재활치료도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 약을 거의 평생 매일 먹다보면 환자들은 지치게 되고 가끔씩 '이 독한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 하면서 약을 중단하는 사례를 간혹 본다. 비록 자각 증상은 없더라도 그 사이에 관절변형은 은밀히, 서서히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뇌졸중과 협심증 등과 같은 류마티스 합병증은 약을 먹지 않는 기간만큼 꾸준히 증가하게 되므로 '잘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약을 착실히 먹어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관절은 재생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기관이다. 한 번 관절이 손상되어 변형이 일어나면 이를 원상대로 복구하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변형을 막기 위해서는 질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린 환자들의 관절 속을 들여다보면 '활막'이라고 부르는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이 마치 암과 같이 자라게 되고 이렇게 암덩이처럼 자란 활막이 물렁뼈, 뼈와 같은 정상적인 관절구조를 파괴하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관절변형을 일으키게 되며 결국 완치는 어렵게 되고 수술적인 방법을 제외하고는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만 망가지는 병이 아니다. 환자의 사망원인의 1위는 심장병과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합병증이며 그 빈도가 당뇨병 환자와 비슷하다. 심장병과 뇌졸중은 병이 심할수록, 병을 오랜 기간 조절을 하지 않을수록 더 빈번히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전술한 항 류마티스 약물로 치료할 경우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성 크게 낮출 수 있고, 병을 철저히 조절할 경우 건강한 사람과 그 위험성에서 차이가 없게 된다. 이외에도 치료 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골다공증의 위험이 증가하고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뇌졸중, 심장병, 골다공증과 같은 여러 가지 전신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류마티스 발병원인에 근거하여 정상적인 인체방어과정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병적인 과정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서 최근에는 기존의 약물에 비해 부작용은 크지 않으면서도 치료효과가 매우 탁월한 여러 가지 약물들이 (예를 들어, 생물학적 제제, 항체치료제) 개발되었고 큰 부작용 없이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는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재생의학 기술이 발달되어 향후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첨단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완욱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창의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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