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건대 M시티에서 자율주행차가 제동 상황을 시연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 작은 사진은 자율주행차의 좌석에서 바라본 모습. MTC 제공
■ Safe & Smart 안전한 미래 교통시대 열어라 (3) 미래교통 핵심 키워드는 '안전'
지난 2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시험 운행 중이던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버스와 접촉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도로 위에 있는 모래주머니를 우측으로 피한 구글차가 다시 차로 중앙으로 진입하던 중 후방에서 달려오는 버스와 충돌한 것이다. 시속 3㎞로 차로 중앙 진입을 시도한 구글차는 시속 24㎞로 주행하는 버스가 속도를 늦추거나 양보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충돌사고로 이어져 총 18번째 사고이자 다른 차량과 충돌한 첫 번째 사고를 냈다. 지난 7일에는 드론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화물 자동하강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이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기술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 했다.
◇자율주행 교통사고 책임 소재 '분분'=정부는 올해부터 미래 교통의 핵심인 자율주행차와 무인비행장치(드론)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실제 도로에서 달릴 수 있도록 경부선 서울요금소∼영동선 호법 분기점을 비롯해 수도권 국도 5곳 등을 시범구간으로 지정했다. 이제 구글차처럼 국내 시범도로에서도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구글차 사례를 보듯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도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또 자율주행 중 발생하는 사고나 인명 피해의 책임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는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주변 교통정보와 상황을 수집하지만 주행이나 정지, 차선변경 등 선택은 결국 사람이나 기계로 분석한 알고리듬이나 인공지능에 의존해야 한다. 이 선택과 결정이 사람의 목숨이나 재산의 피해를 좌우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율주행차는 완전 수동운전인 0단계부터 완전 자율주행인 4단계까지 총 5단계로 구분된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의 직전 단계인 3단계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상용화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3단계는 차량 스스로 주행, 제동, 차선변경 등을 하면서 돌발 상황 시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환해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교통사고를 낼 경우 법 조항과 자동차보험 규정을 통해 책임을 지거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징역 등 형사 처벌이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경우 책임소재와 손해배상을 놓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완전한 자율주행 중에 사고가 났다면 운전자보다 자율주행차의 책임이 클 수 있고, 정밀도로지도 제작과 도로·차선 포장 등 도로를 관리하는 기관도 책임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김규옥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돌발상황 발생 시 운전자의 윤리적 책임은 줄어들고 자율주행 시스템의 책임은 커질 수 있다"며 "노인과 어린이, 1명과 10명, 작은 차와 큰 차 등을 놓고 자율주행차가 선택을 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이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와 윤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중기 홍익대 법대학장은 "현행 자동차 책임보험은 운전자의 과실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면 제조물 책임보험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며 "사고 발생 시 원인에 따라 차량 제작사, 운행자, 도로관리청이 책임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안전성 업그레이드 '과제'= 자율주행차와 함께 미래 교통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도 안전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부산·강원·대구 등 5개 공역에서 15개 사업자가 물품배송, 산림·해안감시, 안전진단 등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비행할 수 있는 공역이 제한받고 있다. 유인기와 달리 지상의 조종자에 의한 육안 비행이므로, 하늘에서 발생하는 바람 등 돌변하는 기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전기충전 방식의 배터리를 사용하므로 비행시간이 보통 30분 이내라는 한계도 가진다.
물품배송, 산림감시 등 시범사업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은 단순 취미·레저용과 달리 100% 맞춤 제작형이라 기체 가격이 최소 5000만원을 호가한다.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도 임무용 드론에 대한 안전성 평가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없어 조종자는 고가의 드론이 추락할 경우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참고로 취미·레저용 드론은 초속 5m 정도의 바람이 불면 추락한다. 임무용 드론은 이보다 더 강한 바람에도 견디지만 일반 항공기 수준은 되지 못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1980년 이후 30년간 평균 풍속이 초속 3.0m, 대관령 4.8m, 백령도 5.8m, 울릉도 4.2m, 흑산도 5.3m 등이다. 항공기는 초속 10m를 넘으면 안전을 위해 이륙을 하지 않는다. 삼면이 바다이고 산악이 70%인 우리나라의 지형상 바람은 매우 거세고 순간풍속은 갑자기 바뀔 수 있어 드론 제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는 드론 시범사업은 물품배송, 산림감시 등 다양하지만 이는 대부분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 시범사업 참여 관계자는 "물품배송 테스트를 택배라고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택배비가 보통 2500원인데 드론으로 택배를 보내면 운송비용이 배송물건 값보다 더 클 것이고 추락비용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시범사업 추진기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구호나 재난현장 등 사람이 빨리 갈 수 없는 곳에 먼저 날아가 구호나 재난 물품을 전달하는 것처럼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사업 대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과 군이 공역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미 수도권과 제주도는 항공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 비행이나 관제에 어려움이 있는데 드론과 공역을 같이 사용하게 된다면 항행 무선장비 주파수에도 악영향을 미쳐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관련기관 다각적 안전대책 마련 나서=국토부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상용화에 대비해 올해부터 안전성 평가 방법을 비롯해 통신보안, 자동차보험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통분야 안전성 평가를 담당하는 교통안전공단은 자율주행차의 주행기능 안전성 평가기술과 전자제어 안전성 연구를 포함해 통신보안, 제어권 전환 등에 대한 안전기준과 보험상품 개발, 리콜검사제도 등을 2019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K시티를 구축해 실제 도로 환경을 테스트할 방침이다.
드론의 경우 올해 시작한 시범사업에서 축적한 시험비행 결과와 데이터베이스, 연구 분석을 통해 제도개선안, 기술개발 전략 등 상용화 전략 수립을 시작한 상황이다. 안전성 업무는 항공안전기술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취미용 드론에 대한 안전관리를 완화하고, 공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유인기와 드론 운행에 따른 항공교통량 증가에 따른 공역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처럼 항공교통관리시스템(UTM)을 도입해 150m 이상 공역은 유인기, 120∼150m 비행금지구간, 120m 이하는 드론 전용 공역으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