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산업부장
이근형 산업부장


2006년 중국 CCTV가 '대국굴기'를 방송한 이후 10년. 중국의 '굴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굴기는 정치, 경제, 군사, 산업, 문화 모든 측면에서 과거의 영광, '대중화'를 부활시키겠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산이 불쑥 솟음'이라는 뜻의 굴기가 추구하는 목표는 미국을 넘어서는 초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양개백년'으로 부르는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인 2029년, 정권 수립 100주년인 2049년 안에는 세계 1위 국가로 도약하는 꿈을 꾸고 있다.

중국인들은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었다고 생각해 왔다.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실기하며 그 자리를 서구에 넘겨줬지만, 이제 몸을 일으켜 그 자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이웃인 우리다. 중국이 몸을 일으킬 때마다 조선, 철강, 화학, LCD 등 그동안 우리가 주도했던 산업이 하나둘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중국은 '반도체 굴기'라는 이름의 도전에 나섰다. 아직은 격차가 있지만, 인수합병과 인재영입 전략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우리 기업을 따라잡을 것이 확실하다. 중국이 일어설 때마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산업이 속출하면서 '굴기 공포증'마저 생기고 있다.

굴기는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원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우리도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굴기를 이뤄왔다. 허허벌판에 조선소와 제철소를 세웠고 불과 수십년 만에 조선산업은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철강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역시 다를 것이 없다. IT 불모지에서 실패와 노력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TV 시장에서는 30년 소니 아성을 허문 삼성전자가 10년 동안 최고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 등 핵심 산업 곳곳에서 우리는 '굴기'를 보여줬다. 작은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에서도 당당히 손안에 꼽히는 강국으로 올라섰다.

1960년대까지 필리핀보다 못한 세계 최빈국에서 지금은 무역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데는 각 분야에서 '굴기'를 이뤄 낸 기업들이 있었다. 첫 메모리를 양산하고, 첫 조선소를 준공하고, 1호 자동차를 생산할 때만 해도 대한민국이 이 같은 '굴기'를 보여줄 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 세기도 안돼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은 우리 기업들이다.

중국의 굴기는 막강한 내수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막기 쉽지 않다. 결국, 과거 미국과 유럽, 일본을 넘어섰던 우리가 그 역할을 중국에 넘겨준다고 생각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문제는 이대로 좌절하고 포기할 것인가다.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변신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듯 우리도 새로운 '굴기'에 나서야 한다.

기회는 많다. 바이오와 스마트카, 3D프린터, 문화콘텐츠, 친환경에너지, 관광 등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다면 제2의 반도체 신화, 제2의 조선 신화를 만들어줄 수 있는 아이템들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정부와 민간이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굴기'의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기업에 힘을 북돋아 줘야 한다.

이근형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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