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대한항공이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운항을 거부한 박모 기장에 대해 파면 결정을 확정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인 '준법투쟁'의 하나로 운항을 거부한 박 모 기장에 대해 파면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박 기장은 지난 2월 21일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여객기를 조종해 현지에 도착, 휴식 후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를 운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닐라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난다며 돌아오는 여객기 조종을 거부했다.

박 기장은 "해당 노선은 항상 연속 12시간 근무규정을 지키기 빠듯해서 문제가 됐다"며 "돌아오는 항공편 출발에 이상이 없도록 다른 조종사와 회사를 연결해줬고 고의로 운항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를 지난 2월 19일 가결하고 준법투쟁과 스티커 부착활동을 벌여왔다. 박 기장은 노조 교육선전 실장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박 기장은 KE621편(인천→마닐라)의 비행 전 브리핑을 통상의 3배 이상 길게 해 출발시간을 고의로 지연시켜 다수 승객에게 불편을 야기했다"며 "서비스를 생명으로 하는 회사에 무형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KE624편(마닐라→인천)의 경우 자의적인 규정 해석으로 비행임무를 거부해 행정상 어려움을 야기하고 비행안전을 위협하는 등 회사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파면 사유를 설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단체협약에 따라 항공교통·관제사유, 기상, 항공기 고장 등 비정상상황에는 2시간 비행근무시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노조 집행부의 지침대로 준법투쟁에 나선 조종사에게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기장은 회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파업' 등 쟁의행위 수위를 높일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항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조종사노조는 "조양호 회장이 SNS에 허위사실을 적어 전체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고소하기에 앞서 탄원서를 준비 중이다.

조 회장은 지난달 중순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이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비행 전 수행하는 절차를 조목조목 짚어보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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