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면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MRC 만성염증질환연구센터)
박상면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MRC 만성염증질환연구센터)


퇴행성 뇌질환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죽어가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치매로 알려져 있는 알쯔하이머병과 운동장애 질환인 파킨슨병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퇴행성뇌질환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도 급속도록 올라가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퇴행성뇌질환의 치료를 위해 많은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왜 이러한 질병이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 다만 현재는 증상완화를 위한 보존적 치료만이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퇴행성뇌질환은 병에 따라 어떠한 부위의 어떠한 신경세포가 죽느냐에 따라 다른 임상양상을 보이지만, 공통적으로는 뇌 속에 단백질의 응집체의 축적이 관찰되고, 이 응집체가 퇴행성뇌질환의 병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점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알쯔하이머병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침착이 되는 노인성신경반,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응집체인 신경섬유매듭이 관찰되며, 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의 응집체인 루이소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퇴행성뇌질환의 병인을 찾는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3년 독일의 신경병리학자들이 퇴행성뇌질환의 병기를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은 퇴행성뇌질환들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것과 다르게 단백질의 응집체가 신경세포에서 옆 신경세포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러한 현상이 병이 진행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점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감염병으로도 알려져 있는 광우병, 즉 프라이온병과 유사한 형태이며, 처음 발표됐을 때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08년 서로 다른 두 연구그룹에서 10여년 전 파킨슨병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이식한 환자들의 사후 뇌조직을 살펴보면서 이식된 줄기세포에도 파킨슨병 환자에서 발견되는 루이소체가 발견됨을 보고하면서 급격히 관심이 높아져 갔다. 그 이후로 수많은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퇴행성뇌질환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며, 이러한 단백질 응집체의 퍼짐 현상이 점진적인 신경세포 사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점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퇴행성뇌질환을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사실에 주목해 이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첫째, 아직까지 병인을 잘 알지 못하는 퇴행성뇌질환의 새로운 병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 이러한 새로운 병인은 현재 알려져 있는 병인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치료전략에 또 다른 치료전략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치료 전략은 주로 단백질응집체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분해를 촉진하는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그 외 신경세포 보호를 위한 연구에 국한돼 왔다. 하지만, 단백질응집체가 세포밖으로 분비되어 옆 신경세포로 퍼져나가는 현상이 병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밝혀지게 되면 또 따른 치료전략을 세울 수가 있다. 이러한 치료전략에는 첫째, 신경세포에서 단백질 응집체의 배출을 막는 방법이다. 현재까지는 어떻게 그리고 왜 단백질 응집체가 배출이 되는지를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연구가 지속된다면 단백질 응집체의 배출을 막는 방법이 새로이 시도될 수 있다. 둘째, 배출된 단백질 응집체가 주변세포로 들어가기 전에 없애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는 다시 2가지 전략을 쓸 수 있는데 먼저 신경세포 주변에 존재하는 식균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시켜 단백질응집체를 없애버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현재 면역치료법을 이용하는 식균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알쯔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앞서 나가는 방법이다. 현재는 알쯔하이머병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시도이지만, 차후에 다른 퇴행성뇌질환에서도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옆 신경세포로 들어가기 전에 단백질응집체를 제거할 수 있는 단백질분해효소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세째, 주변 신경세포로 들어가기 위해 단백질응집체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용체와의 결합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내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치료전략과 유사한 형태다.

퇴행성뇌질환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자세한 기전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퇴행성질환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최근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치료전략에 더해 좀 더 빠르게 퇴행성뇌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책을 찾는게 가능할 것이다라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박상면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MRC 만성염증질환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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