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 3.88㎞ 구간에 교차로·신호등·고속도로·정차대 등 갖춰
센서·카메라로 주변인식 시속 60㎞ 주행
GPS 오차 25㎝ 초정밀 지도 업그레이드
끼어들기·급제동 등 돌발상황 신속 대처
도로도 스마트하이웨이 등 '미래형' 진화

자율주행차 시험로에서 도로 안내차량(왼쪽)이 정차하자 뒤따라 오던 자율주행차도 정차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험로에서 도로 안내차량(왼쪽)이 정차하자 뒤따라 오던 자율주행차도 정차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교차로에서 V2I(차량 대 교통시설물) 통신과 카메라 센서 등을 이용해 좌회전 신호를 인식하고 좌회전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교차로에서 V2I(차량 대 교통시설물) 통신과 카메라 센서 등을 이용해 좌회전 신호를 인식하고 좌회전 하고 있다.


■ Safe & smart 안전한 지능교통시대 열어라
(2) 현실로 다가온 '스마트교통'


지난달 29일 경기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연구원에 들어서자 차량 고속주행을 시험하는 총길이 5㎞의 타원형 고속주회로(트랙)를 차량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달리고 있었다. 차량 제작사들이 출시를 앞둔 신차를 이곳에 가져와 최고속도, 고속주행 승차감 등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국내 도로를 달리려는 일반 상용차와 개조 차량 제조사가 꼭 방문해 차량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곳이다. 차량 충돌·충격·주행시험 등 매년 신차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도 여기서 진행한다. 때문에 위장막으로 차체를 가린 일반 공개 직전 신차의 모습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국내에서 미래 차량의 신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고속주회로 안쪽 공간 33만㎡에 일반 도로 환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ITS 시험로가 마련돼 있다. 자율주행차와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의 핵심 기술을 테스트하는 시험로를 갖추고 있어 첨단 차량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실제 도로환경 그대로 옮긴 ITS시험로 구축=총길이 3.88㎞의 시험로에는 사지 교차로를 비롯해 삼지 교차로, 회전교차로, 다차로 구간, 입체 교차로 진입·출부, 교통신호등, 고속도로, 지방도로, 버스·택시 정차대 등이 들어서 있다. 도로 주변에 건물과 보행자만 없을 뿐 실제 도심지에서 만날 수 있는 교통시설 환경이 그대로 재현돼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 연구를 담당하는 민경찬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평가실 책임연구원은 "시험로는 시가지와 고속도로, 지방도로의 도로 환경을 똑같이 만들었다"며 "미국의 자율주행 실험도시인 M시티처럼 올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 이곳에 한국형 M시티인 'K시티'를 구축해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과 함께 공단이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시험차량에 올랐다. 일반 상용차에 자율주행을 돕는 각종 센서와 라이더, 카메라 장비 등을 장착한 특수차량이다. 국내에는 공단의 자율주행 시험차량 2대를 포함해 현대자동차와 대학, 민간기업 등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30대 정도의 시험차량을 제작해 다각적인 테스트를 하고 있다.

민 연구원은 자율주행에 앞서 직접 핸들을 잡고 시험로 구간을 운행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하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운행경로가 내비게이션에 표시되고 운행에 들어가면 차량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 라이더가 주변 교통시설을 인식하고 운행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정밀한 자율주행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도로(차선)와 교통시설물에 대해 GPS 오차를 25㎝급으로 줄인 초정밀 도로지도를 제작, 내비게이션에 반영했다. 지도 제작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진행했다. 수m에 달하는 현재 GPS를 자율주행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센서·카메라로 주변 인식하며 시속 60㎞ 주행=자율주행 기능을 실행하고 핸들과 브레이크에서 손·발을 떼자 차량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직선구간에서 서서히 속도를 낸 차량은 시속 60㎞까지 달렸다. 민 연구원은 "자율주행을 하다가도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급하게 조작하면 자율기능은 자동으로 해제되고, 수동운전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직선구간을 벗어나 4지 교차로에 가까이 간 자율주행 차량이 차량은 좌회전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1차선으로 진입했다. 그리곤 빨간색 신호등의 정지 신호를 인식하고 정지선 앞에 부드럽게 정차했다.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교차로의 신호등을 인식해 직진, 좌회전, 정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좌회전을 예로 들면 카메라가 좌회전 신호를 촬영·인식하기도 하지만 교차로에 설치된 통신중계기가 송신하는 신호를 받아 명령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때 쓰이는 통신중계기는 차량과 교통시설물(V2I)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웨이브(WAVE) 통신용 기기다. 웨이브 통신은 주행차량의 전방에서 발생하는 교통상황과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운전자에게 알리는 C-ITS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경부선 서울요금소∼수원나들목(IC) 구간 11㎞에 웨이브 통신과 레이더, 카메라 감지기 등을 설치한 스마트하이웨이를 구축해 놨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게 도로시스템도 미래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좌회전 신호가 켜지자 차량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며 좌회전을 했다. 이후 시험로의 곳곳을 주행하며 자율주행 성능을 과시했다. 회전교차로, 합류도로, 요철, 보수구간 등도 순조롭게 통행했다. 다른 차량 없이 단독으로 주행하는 미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민 연구원이 무전기로 일반차량 한 대를 호출했다.

일반 차량을 불러 자율주행차 앞에서 급정차를 하거나 교차로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지도록 연출해 보기 위한 것이다. 잠시 후 나타난 일반차량이 자율주행차와 나란히 직선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자율주행차 앞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자율주행차는 상황을 신속하고 감지해 충돌에 대비해 서행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또 앞 차량이 예고 없이 급제동을 하자 자율주행차도 이를 인식해 그 자리에서 멈췄고, 추돌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민 연구원은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차에 제동등이 들어오자 자율주행차가 이를 감지해 제동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구간에서도 자율주행차는 과제를 성실하게 해냈다. 앞 차량이 이유 없이 오랜 시간 목적지 방향에 멈춰있거나 도로를 막고 있어 자율주행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핸들을 직접 조작해 자율주행을 해제하고, 수동으로 운전한 후 다시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하면 정상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그는 "현재 자율주행은 시작단계지만 앞으로 상용화돼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교통정체 없이 운행이 가능해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도 '미래형'으로 진화=자동차안전연구원이 자율주행 시험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면 또 하나의 미래 교통 핵심기술인 C-ITS는 한국도로공사가 중심이 돼 세종∼대전 고속도로 구간 등에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C-ITS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교통시설이 실시간으로 차량 상태와 교통상황·정보를 주고받아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C-ITS가 도로 곳곳에 구현되면 도로의 안전 수준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공사는 현재 세종∼대전 고속도로와 시가지 등 87.8㎞ 구간에 통신중계기(기지국)를 비롯해 돌발상황검지기, 보행자검지기, 교통신호제어기 등 스마트 하이웨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이 끝나고 오는 7월부터 전용 단말기를 배포하면 본격적인 시범사업이 이뤄진다. 단말기를 장착한 차량은 통신중계기와 다른 단말기 장착 차량이 보내는 교통상황·정보 신호를 수신해 전방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예컨대 전방에서 급제동을 한 차량이 있거나 비상깜박이 작동, 낙하물 추락 등이 발생할 경우 도로 갓길에 설치된 레이더나 CCTV가 이를 감지하고 중계기를 통해 상황을 전파해 후방 차량의 운전자는 미리 대비할 수 있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은석 도로공사 스마트하이웨이사업단 차장은 "시험사업 구간에 대한 막바지 인프라 설치 작업과 시스템을 점검하는 일만 남았다"며 "7월경 C-ITS 단말기를 배포해 본격적인 시스템 운영을 시작하면 미래 교통의 초기 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우영기자 yenn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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