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렌딧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P2P대출이 화제다. 신문과 방송에서 매일 한 번 이상 들어볼 수 있을 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소개되는 한편에서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P2P금융 서비스는 한마디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에 돈을 빌려 주고 갚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플랫폼 사업을 의미한다. 모든 과정이 은행의 지점이 아닌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출 고객 모집과 신용평가, 투자 고객 모집이 모두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업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과 인건비 같은 비즈니스 운용 비용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사용자들의 금융 이익을 높여줄 수 있다.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은 빠르고 편리하게 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일반 예적금보다 높고 펀드나 주식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을 정확하게 심사하고 그 사람의 신용도에 적합한 대출금리를 산출해 내는 과정이다. 많은 P2P금융기업이 자체적인 심사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렌딧(Lendit)은 1차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보내주는 약 300여 가지의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한다. 여기에 렌딧 웹사이트에서 대출 신청자가 보여주는 행동 유형과 페이스북 등 비금융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활용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현재 렌딧은 모든 대출 심사과정을 컴퓨터 알고리듬으로 개발해 자동화하고 있다. 이것이 P2P금융을 금융 서비스에 테크놀러지를 더한 새로운 산업, 핀테크(FinTech)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와 같은 P2P금융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업은 2004년 설립된 영국의 조파(ZOPA)다. 지난해 CEO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자일스 앤드류스가 4명의 공동창업자와 설립, 2005년에 런던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파는 현재 영국 내 P2P금융기업 중 개인신용대출분야에서 20.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 말까지 집행한 누적대출금액은 13억6186파운드(한화 약 2조3300억원)에 이른다.

조파가 세계 최초의 P2P금융기업이라면 현재 이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은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이다. 2006년 르노 나플랑시와 소울타이트가 창업한 렌딩클럽의 시작은 페이스북 앱이었다. 2007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렌딩클럽은 2011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가장 주목받는 회사 20, 2012년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금융기업 10, 2014년 인크(Inc.)가 주목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500 등에 잇달아 선정되며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할 때의 기업 가치는 80억달러(한화 약 9조)에 달했으며, 현재 미국 내 개인신용대출분야의 약 9%를 점유할 만큼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

렌딩클럽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소울타이트는 2012년 중국으로 건너가 디안롱을 창업했다. 또 한 번의 P2P금융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 '미국 P2P 시장이 한달에 10% 정도 성장한다면 중국은 20~25%씩 큰다'며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서 P2P금융이 창발해 발전해 오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8년 4월 렌딩클럽은 새로운 개인 투자 신청을 받는 것을 중단하게 된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내 P2P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렌딩클럽은 이후 6개월 간 주도적으로 제도 마련을 위해 협조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다시 사업을 정상화하게 됐다.

영국에서 P2P금융 관련 규제가 등장한 과정은 조금 더 특이하다. 2014년 초 자일스 앤드루스 조파 창업자가 영국 금융업무감독청(FCA)을 찾아가 P2P금융기업도 은행과 같이 관리 감독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 산업 발전 초기에는 규제가 없는 환경이 스타트업 발전에 유리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 하에 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P2P금융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산업 발전 초기인 만큼 어느 정도 시장이 만들어질 때까지 규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업체들의 옥석을 가려내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한다.

조파와 렌딩클럽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P2P금융은 IT 기술력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 산업의 비효율적인 면을 개선하고 금융 생활의 질을 높여 나가기 위해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 분야다. 앞서 성장해 온 세계적인 P2P금융기업들의 사례를 거울 삼아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P2P기업들이 나타나고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제도가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김성준 렌딧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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