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조속 위기 의식 느껴
작년 매출액 대비 비율 확대
전기차배터리·그린에너지 등
비정유사업 역량 강화 나서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정유사업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저유가와 정제마진 고공행진 등으로 실적 호조는 이어가고 있지만, 에너지 시장의 중심이동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정유업계의 위기의식이 이 속에 담겨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매출액에서 R&D 투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모두 늘렸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전년보다 20% 늘어난 1654억원을 지난해 투자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4년 0.21%에서 지난해 0.34%로 크게 늘었다.

마찬가지로 업계 2위인 GS칼텍스 역시 전년보다 16% 투자규모를 늘렸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1%에서 0.17%로 증가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 외에도 반도체용 화학물질, 전기차용 배터리, 배터리 분리막, 연성회로기판 등을 R&D 투자 내역에 포함했고, GS칼텍스는 탄소섬유 제조공정과 장섬유강화열가소성수지(LFT) 등 무려 77개의 비 정유·윤활유 부문 R&D 성과를 거뒀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회생에너지를 저장 후 활용하는 슈퍼커패시터(대용량 축전기) 등 그린 에너지 등 신사업 R&D를 추진 중이다.

비 정유 부문의 매출 비중도 비슷한 흐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비중은 2013년 76%에서 2014년 74%, 지난해 73%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GS칼텍스는 2014년 87%에서 지난해 85%로, 에쓰오일은 80%에서 78%로 각각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 자체는 작지만, 이는 조 단위의 설비증설을 해야 하는 업계의 특성 때문"이라며 "탈 정유라는 과제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호황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은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역시 비정유사업 부문의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에너지 패권 다툼과 친환경 정책 강화 등으로 앞으로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인 데다, 중국의 범용 석유제품 자급률 증가로 수출시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포트폴리오 혁신으로 가치 중심의 고도화한 글로벌 에너지·화학 회사로의 진화·발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와 연성회로기판 등 비정유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도 "신규 사업은 유가 등 외부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큰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비정유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에쓰오일은 2014년부터 마곡산업단지에 R&D 기능 강화를 위한 '기술 서비스&개발(TS&D) 센터'를 짓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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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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