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이 CJ헬로비전[037560] 주식 투자를 권하면서 사실상 SK텔레콤[017670]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를 펼쳐 논란이 예상된다.

M&A가 성사되면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완화되고,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이 상승하고, 결합상품 판매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SK텔레콤의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1일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부에서 심사 중인 M&A가 승인된다면 합병법인에 긍정적이라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SK증권은 우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을 바짝 추격하면 오히려 사업자 간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방송법은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합병법인의 점유율이 26.5%로 KT그룹의 30.0%와 비슷하게 상한선에 가까워져 경쟁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SK증권은 "KT그룹과 SK그룹이 각각 높은 점유율로 가입자 모집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아 가입자 모집 경쟁의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며 "가입자 획득 비용(SAC)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유치 경쟁이 줄어들면 기업이 서비스 질을 개선할 유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SK증권은 합병법인이 시장 경쟁 완화 분위기 속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ARPU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ARPU가 오른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SK증권은 "SK텔레콤과의 이동통신 결합을 통해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동통신, TV,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하면 TV 부분의 ARPU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은 "SK텔레콤이 합병법인의 초고속인터넷을 대신 파는 '재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시장 경쟁 완화, 가입자 확대로 SAC가 안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증권의 이런 분석은 그간 SK텔레콤이 내세운 M&A의 명분이나 효과와 큰 차이가 있다. 오히려 M&A에 사활을 걸고 반대해온 KT·LG유플러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1일 보도참고자료에서 "CJ헬로비전 M&A는 KT[030200]가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M&A 후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요금 인상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요금 인가제 등 정부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IR(Investor relations)과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PR(Public relations)의 메시지는 서로 목적하는 바가 달라서 종종 부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SK그룹이 정부의 M&A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민감한 시기에 그룹 내 계열사 간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보인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독립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증권사가 잘못했다기보다는 SK텔레콤이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계열사 사이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마비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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