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가 미 본사 제품 구매… 부가세·법인세 등 부담 전가
국내 1위 네트워크 장비회사 5000억 안팎 매출 올리고도
유한회사 전환 실적 비공개

국내 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지배적 1위 사업자인 시스코가 한국에서 수익만 챙기고 세금은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파트너'(협력사)들에게 미국 본사와 직접 제품을 구매토록 해, 제품 판매에 따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파트너사 떠넘기는 방법으로 조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스코코리아는 2013년 유한회사로 전환해 매출 등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외부 감사도 받지 않게 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1년 579억900만원을 기록했던 시스코코리아의 매출은 마지막으로 실적을 공개한 2012년 828억원으로 43%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시스코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실제 거둔 매출의 극히 일부라는 설명이다. 시스코코리아는 '파트너' 제도를 운영, 시스코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협력사들이 미 본사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시스코 제품 매출은 시스코코리아의 매출로 집계되지 않고, 협력사들 매출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을 파트너사가 떠안는 구조다. IBM, 에릭슨 등 국내 들어와 있는 IT 다국적 기업 지사들은 일반적으로 협력사에 판매한 제품 매출을 한국 지사 매출로 잡고 있다.

시스코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솔루션 시장에서 50%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스코의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국내 규모가 1조6000억원 수준인데, 이 시장에서 시스코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 분야에서만 시스코코리아의 매출은 최소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기타 사업 부분 매출까지 합하면 한국에서 얻는 매출은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서도 시스코코리아가 부담하는 제품 판매에 따른 세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파트너사들이 시스코코리아가 부담해야 할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대신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2013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업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한회사는 실적공시와 외부 감사의 의무가 없는 만큼 매출 집계를 줄여 세제 부담을 줄이거나, 본사와 연결 재무 회계로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외부감사를 유한회사까지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국내 법률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국세청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대로 세금을 책정해 모두 납부하고 있어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박세정기자 sjpar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