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2차시험 합격사례 '1건' 뿐
코스닥기업 "탁상행정" 반응 싸늘

금융당국이 공시 활성화를 위해 공인회계사 1차 시험 면제 혜택을 코스닥 상장사로 확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이 혜택을 적용받고 있는 코스피 기업에서도 면제 대상자들이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업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코스닥 기업에서 시험에 응시할 면제 대상자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공인회계사 1차 시험 면제제도를 통해 2차 시험에 합격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1990년 시행된 공인회계사 1차 시험 면제제도는 공인회계사법 제4조에 의거해 5급 이상 공무원·교수·은행원·군인·금융감독원·유가증권시장 종사자 가운데 회계에 관한 사무를 담당한 경력자에게 1차 시험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외면받고 있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는 높은 전문성으로 시험 준비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상당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의 평균 수험기간은 3.6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시험을 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한 공인회계사는 "1차 시험을 면제받는다 해도 2차 시험 준비기간만 최소 2년은 잡아야 한다"며 "직장을 다니면서 시험에 합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들의 반응도 차갑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5위권 업체의 회계담당 팀장은 "면제 대상이 되지만 고시 준비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1차 시험 면제 혜택이 실효성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코스닥 상장기업 회계부서 직원도 "면제 대상자들이 대부분 팀장급 이상인데 굳이 시간을 투입해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동인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인회계사 1차 시험 면제 혜택을 통해 공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법제팀장은 "회사의 공시결제 주체는 대표이사와 공시담당 임원로 인센티브는 공시담당자가 아닌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우수공시 법인 혜택 강화 등 의사결정자들이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공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시 담당자는 한 번의 실수로 인한 파급 효과가 너무 커 업무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차라리 공시우수법인 업체 수를 더 늘리거나 공시우수법인에 대한 벌점부과 유예기간을 늘리는 혜택이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 회계담당자들의 공인회계사 1차 시험 면제는 지난해 6월 발표한 기업공시종합시스템 구축 및 제도개선 추진방안의 후속조치"라며 "규제 적합성 측면과 코스닥 공시담당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취지로 자발적 공시 활성화 정책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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