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터널 83.5%서 안터져… 콘텐츠 지상파 재전송 수준 모바일앱에 밀려 수익 급감 특위 'HD 화질전환' 안간힘… 정부 정책없어 전망 미지수
지상파DMB는 유튜브에 이어 이용율 2위의 모바일 영상 플랫폼이지만 부족한 커버리지, 낮은 화질 등의 문제점이 있다. 또,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자들도 적자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사진은 지하철에서 지상파DMB를 통해 축구경기를 시청하는 모습. 한국DMB 제공
◇ 지상파 DMB 서비스 출범 10년, 현주소는…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이 출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고사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료' 모바일 영상플랫폼인 까닭에 이용자는 많지만, 정작 부족한 전국 방송 커버리지, 낮은 화질, 부족한 채널 수 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업계에서는 '멸종 위기', '정책 방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사업자들은 누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DMB의 사업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데다 투자에 소극적인 기존 방송사에 사업권을 준 것, 미래 통신방송 융합을 예측하지 못한 점 등 정부의 '예견된 실패'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DMB의 순이용자수는 1021만명으로, 유튜브에 이어 국내 스마트폰 영상 애플리케이션(앱)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휴대전화에 기본 탑재된 데다 무료 플랫폼이라는 특징에 힘입은 것으로,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DMB 방송 시청이 원활치 않고 볼만한 채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상파DMB는 2014년까지 전국 커버리지를 95%까지 커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커버리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 방통위 조사 결과 전국 도로의 터널 중 83.5%에 달하는 2528개소에서 DMB수신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터널에서 DMB 수신 불량비율은 90.7%, 지하철 터널의 수신 불량률은 54.3%에 달했다.
또, TV나 스마트폰은 초고화질(UHD)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낮은 화질을 제공하는 점도 약점이다. 콘텐츠 역시 지상파 채널의 재전송에 그치는데다, 홈쇼핑 채널이 다수 송출되고 있는 점도 지상파DMB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DMB의 적자가 심각하다보니 채널 임대수익을 위해 홈쇼핑에 채널을 임대해주게 되고 이용자들은 싫어하는 악순환이 있다"며 "지상파DMB 광고에서 대부업체 광고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상파DMB는 지난 2005년 12월 수도권 방송을 시작으로 2006년 1월 본격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로 서비스 10년을 맞은 셈이다. 현재 국내 DMB를 서비스 중인 사업자는 KBS와 MBC, SBS, YTN DMB, 한국DMB, U1미디어 등 6개 방송사다. 그러나 지난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이 도입되는 등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양한 모바일TV 앱이 속속 등장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광고수익과 채널임대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사업자들의 적자 위기 역시 심각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DMB 광고수익은 2011년 237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에는 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 2013년 기준 중소 DMB 3사(YTN DMB, 한국DMB, U1미디어)의 누적적자액은 약 800억원에 달한다. 또,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지상파DMB 매출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7.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상파DMB에 앞서 2005년 5월 출범한 위성DMB(TU미디어)의 경우 가입자 이탈을 견디다 못해 지난 201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고화질(HD) 전환을 승부수로 던졌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뉴스퀘어에서 'HD DMB 방송 추진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존 저화질 DMB를 HD로 바꿔 화질을 12배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오는 6월 시험방송을 거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되는 오는 8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HD방송을 시작한다. DMB 6개 사업자는 이번 HD급 화질전환에 총 5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기사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앞으로 전망은 미지수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모바일TV 플랫폼 '푹(pooq)'을 운영 중인 상황이라 지상파DMB와 자기잠식 효과가 우려된다. 지상파는 앞으로도 '푹'과 지상파DMB를 각각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 역시 별다른 지상파DMB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DMB 업계에서는 "정부에게 방치된 플랫폼"이라고 항변한다. 방통위는 지난해 DMB 사업자 재허가 당시 DMB의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DMB 관련 정책을 마련하지는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DMB의 고화질 전환 등 다양한 활로 모색을 정부와 협의해 진행 중"이라면서도 "당장 내놓을 만한 지상파DMB와 관련된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