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확산대응 나서… 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
정부 원천기술 개발 착수
백신 개발 2~3년 걸릴듯

21일 오전 지카바이러스 환자의 발진 상태(왼쪽)와 22일 발진 상태(오른쪽). 21일 오전에 비해 발진이 감소했고 상태도 호전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21일 오전 지카바이러스 환자의 발진 상태(왼쪽)와 22일 발진 상태(오른쪽). 21일 오전에 비해 발진이 감소했고 상태도 호전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지카바이러스 한국 상륙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가 결국 한국에도 상륙했다. 보건당국은 현재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활동 시기가 아니고,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첫 감염 환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전국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로 몰아넣은 전례가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가 주된 매개체로, 주로 이 바이러스가 퍼진 지역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 태평양 섬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처음 감염이 보고된 이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 지역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성관계를 통한 감염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지카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된 국가는 총 59개국으로, 최근 2개월 안에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나라만 총 42개국에 달한다. 급기야 지난달 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에 이어 4번째로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특히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여행객이 많은 동남아로도 확산이 우려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환자도 브라질 방문 중 모기에 물려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환자 역시 해외여행 중 감염된 사례다.

보건당국은 지난 1월 지카바이러스 유행에 따라 임산부의 중남미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지카바이러스를 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메르스 이후 개정된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정보공개의무 대상 감염병으로 지정되면서 감염병 확산 시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환자의 이동 경로, 진료 의료기관 등을 공개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에 대비하기 위해 중남미 직항 항공기 탑승 입국자에 대해 개별 발열검사와 입국 후 안내문자 발송, 항공기 소독 등 특별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첫 환자의 경우 독일을 경유해 입국한 탓에 1차 발열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방역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질본 측은 "제3국을 경유해 방문하는 경우에도 항공사 탑승객 정보시스템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귀국 후 안내문자 발송하고 있으나 일정기간 체류 후 입국하는 경우 등 일부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며 "입국자 정보를 더욱 빠짐없이 파악하기 위해 로밍 정보 등 IT 정보를 활용하는 검역정보 고도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세한 침과 같은 신체 분비물이 공기를 타고 전염될 수 있었던 메르스와 달리 지카바이러스는 모기, 성관계 등 전파경로가 제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은 모기라는 지적이다.

WHO는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알이나 유충, 성년단계의 모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웅덩이 등 모기 서식지를 제거하는 등 방역수단을 제대로 실행하면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WHO는 모기 몸 속에 지카 바이러스 증가와 전염을 억제하는 '월바키아' 박테리아를 주입한 모기들을 방사하거나, 유충 때는 잘 자라지만 성년 모기가 되기 전에 죽게 만드는 'OX513A 유전자'가 이식된 수컷 모기를 주기적으로 방사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질본은 지난달부터는 흰줄숲모기 등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의심되는 모기의 분포와 밀도에 대한 전수조사와 조기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열대 지역으로 지정된 목포, 완도, 통영, 부산, 제주 등 5개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가 대상이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지자체를 통한 모기 유충과 성충의 방제, 검역 등 지카바이러스의 추가 유입과 방지를 위한 제반 조치를 총동원할 예정"이라며 "특히 바이러스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전국으로 조사 대상 지역을 넓히고 감시망을 촘촘히 하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지카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선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 보건 전문가와 제약업체들이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개발에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WHO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SAID)와 인도 바라트바이오테크인터내셔널,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 등 18개 기업 및 연구소가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들 중 아직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엔 들어간 곳은 아직 없다.

국내에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지카바이러스의 특성·임상기전 연구와 현장 신속 진단키트 개발을 위한 과제를 공모해 이달말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3년 간 총 3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이 과제를 통해 바이러스의 임상적 기전과 국내 환경에서의 변형 가능성 등을 예측하고 진단·치료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또 지카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하기 위한 진단키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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