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전체를 혼란이 빠트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남혁 서울대의대 미생물·면역학교실 교수와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김연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메르스 유행 당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메르스 환자들의 검체를 이용해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하고, 변이된 바이러스의 실제 감염력을 실험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공식학술지(mBio) 3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메르스 환자 13명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 중 12명에게서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당단백질' 돌연변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11개는 'I529T 돌연변이', 1개는 'D510G 돌연변이'였다.

이들 돌연변이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에서 이전에 확인한 것과 같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총 25명의 메르스 환자 중 20명(80%)이 이 두 돌연변이를 갖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I529T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룹에는 첫번째 메르스 환자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실제 세포 감염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국립보건원이 논문으로 발표한 바이러스 변이 분석결과에 대해 "변이(variation)가 있었지만,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종(variant)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조 교수팀은 두 가지 돌연변이가 숙주세포의 감염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이 결과 예상과 달리 두 돌연변이가 감염력을 높이기보다는 숙주세포에 대한 감염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인체에 적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감염력을 떨어뜨렸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조남혁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생기는 항체반응을 회피하기 위해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들처럼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도 새로운 숙주인 사람에게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병원성이 적은 돌연변이들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석 결과를 뒷받침하듯 현재 세계 메르스 감염 환자의 치사율이 약 35%지만 한국은 20.4%(186명 발생, 38명 사망)로 상대적으로 낮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를 통해 전체적인 역학조사와 환자들의 임상 경과, 분리된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병원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바이러스 변이의 실체에 대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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