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소중한 한 판을 이겼다. 당초 알파고의 거침없는 승리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의 위대한 승리', '달에 착륙했다' 등 감격 어린 소리의 반대편에서는 '원조가 모방에 당했다'는 자책의 목소리보다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될 미래 인간세상에 대한 걱정이 훨씬 더 많이 들렸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교사, 변호사, 의사, 펀드매니저 등 지식근로자를 필두로, 장차 많은 지식직업군이 그 존엄성을 잃고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중계방송을 보며 바둑판의 판세에 몰입해 있는 동안, 일부의 사람들은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알을 놓는 아자황의 모습에서 인공지능의 손발역할로 전락해 가는 미래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예측컨대, 대국이 진전되면서 알파고 마술쇼의 파급효과나 의미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이며, 오늘 마지막 대국이 끝나면 최종 판정에 대한 해석과 국가차원의 대응에 대한 다양한 요구도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한번 냉철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이 현란한 알파고 마술쇼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했다. 이 말은 '남을 쫓아가는 추종자에게 미래는 언제나 예측대상이지만, 남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게 미래는 만들어 갈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이번 알파고 마술쇼에서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 알파고가 아니라, 이 마술쇼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뛰어난 비즈니스 기획력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최종 승자가 누구일까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그 승패에 관계없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진정한 승자는 구글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광고비도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1면 전면에 대서특필해주는 미디어매체들의 도움에 힘입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생산이론은 자본과 노동이 결합하여 산출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생산함수는 내용면에서 근본적 구조변화를 맞고 있다. 하나는 노동이 자동화기기와 같은 자본에 의해 빠른 속도로 대체되어 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본을 조성하는 메커니즘이 오너의 직접투자에서 크라우드펀딩이나 M&A와 같은 자본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본조달로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디지털생태계에서 혁신적 신규 비즈니스는 전세계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드론이든 가상현실이든, 아니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든 일단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다. 새로운 아젠다에 열광하는 지지층과 막대한 규모의 돈이 확보되고 나면, 그 다음 비즈니스 전개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개방형 혁신 덕분에 만족할 만한 신제품, 신종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데다가, 설사 그것이 지체되더라도 이미 조성된 지지층은 무한정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혹자는 불과 10억원 내외의 상금을 내건 알파고 마술쇼가 이번에 약 1조원 정도의 광고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한편 첫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후, 구글주가가 1.6% 상승하는데 그쳤다며 그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세금으로 걷을 것도 아닌 이상, 그게 무슨 상관이랴.
우리가 이번 알파고 마술쇼에서 진정 깨달아야 할 것은 오직 구글과 같은 글로벌 리더만이 작은 투자로 수백, 수천배의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는 사실이다. 우리 기업이 진정 추종자의 정체성을 버리고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어젠다를 리드하고 세계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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