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경희대 경영대학원 부원장
박성욱 경희대 경영대학원 부원장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배당총액이 주당 1만원씩 총 635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작년 대비 6.6% 증가한 수치며 KT나 LG유플러스에 비해 최대 6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오는 18일 주주총회 이후 배당이 이뤄질 예정이다. 기업이 한 해의 경영성과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금번 SK텔레콤의 고배당 집행에 대해 소비자의 통신비 할인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로 돌아가야 할 돈이 주로 대주주와 해외 외국인 주주의 이익으로 빠져나간다는 불편함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금요일 디지털타임즈 기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SK텔레콤이 지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만 원대의 높은 배당금을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5대3대2' 경쟁구도가 이어지면서 SK텔레콤이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통신 3사의 영업이익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4년에서 2013년까지 10년간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총 29.8조원으로 시장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고착화되고 쏠림이 심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영남대 박추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선발사업자가 시장의 50%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면서, 약 11조원의 소비자 후생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경쟁이 활성화되었다면 요금 인하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기업의 이익으로, 그 중에 거의 대부분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된 것인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역사를 살펴보면, 경쟁이 매우 활성화되었던 시기가 있다. 1997년 개인이동통신, PCS라는 기술로 3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한 이후이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선발사업자였던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40% 수준으로까지 하락하면서 시장이 경쟁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 SK텔레콤이 2위 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일시에 시장점유율 50%를 회복하고, 시장은 다시 이전으로 회귀했다.당시 합병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이를 정책적으로 허용하였으며, 이 결정은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동통신시장을 고착화시킨 과오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에 대해 또 다시 국내 통신방송시장의 경쟁환경이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번 인수합병이 허용될 경우, 지난 2000년 공정위의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 결정으로 초래된 이동통신시장 고착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로 인한 소비자 후생 손실 역시 더욱 커질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피해가 결국은 소비자에게로 돌아온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이 이동통신시장에만 한정되었다면, 금번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통신시장 뿐 아니라 방송시장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인수합병 건에 대해서도 정책당국의 명확하고 투명한 심사가 필요하다. 의견 충돌이 있는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자료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공정위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합병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 과정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역시 합병 심사과정에서 기업이 제출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 정책당국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례이다.

심사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전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판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박성욱 경희대 경영대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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