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 침체에도 금융 시장 '안정'에 초점
EU·일 금리정책 역효과
불확실한 세계경제 영향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9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압박이 컸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이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10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1.5%로 다음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2014년 8월과 10월, 지난해 3월, 6월에 각 0.25%포인트씩 총 1%포인트가 인하된 뒤 지난해 7월부터 9개월 연속 연1.5%로 유지됐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지난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을 낸 하성근 금통위원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았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충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대내외적인 여건 변화로 확대된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앞으로 상황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지만 이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2% 줄어 역대 최장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1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4%, 설비투자는 6.0% 각각 줄었다. 이 총재는 "지금처럼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채널의 작동을 제약할 수 있다"며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과 자산경로를 통한 기준금리의 인하 효과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연초부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계속 조정하고 있고, 원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 경기도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지정학적 위험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보다 앞으로 추이를 보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금통위원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서 성장과 금융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도록 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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