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결' 오늘부터 총 5회 바둑대국 구글회장 "50대 50" 자신 유튜브 생중계·홍보 효과 알파고 지능 데이터 향상 구글 천문학적 이득 챙겨
이세돌 9단(가운데)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왼쪽),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바둑천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대결'이 9일 막을 올린다. 승률 72% 이상으로 이세돌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이병두 세한대 교수 예상)5000년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바둑에 도전장을 낸 구글의 속내는 무엇일까.
구글은 인간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바둑 첫 대국 전날인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5회에 걸쳐 펼쳐진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 기술업체 딥마인드의 컴퓨터(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에 '깜짝' 방문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사) 회장은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발전할 때마다 인간 한명 한명이 똑똑해지고 유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리한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은 바둑이나 인공지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승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슈미트 회장은 "알파고가 밀리지 않을 것이고, 승률은 50대50"이라며 알파고 기술력을 자신했다.
반면 이세돌 9단은 "그간 5대0 완승을 장담했는데, 오늘 알파고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나니 인간적 실수가 나오면 한판 정도는 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슈미트 회장을 제외하면 다수의 전문가들이 100%, 혹은 70% 이상의 확률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번 대국에서 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100만 달러(약 12억원)다. 5판 3선승제다. 이세돌 9단은 상금과 별도로 다섯 번 대국 대전료로 15만 달러(약 1억8000만원)를 받고, 판당 승리수당으로 2만 달러(약 24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이 9단이 다섯 판 모두 승리하면 약 15억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패하더라도, 구글이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세기의 대결을 성사시켜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자사의 알파고란 인공지능 SW를 만인에 알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상금 100만달러에 비할 수 없는 천문학적 이득을 챙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승자는 이세돌도, 알파고도 아닌 구글이라는 것이다. 또 세계 최정상 바둑기사와 대국을 통한 학습으로 알파고의 지능을 더 높이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있다. 바둑은 인간 대 인공지능이 겨루는 게임 대결의 '최종단계'다. 이미 바둑을 제외하고 체스와 퀴즈, 장기 등의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패한 바 있다. 김대식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알파고는 이번 대결로 최고수의 데이터를 얻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재대결이 펼쳐지면 그때는 승부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구글의 궁극적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목표는 게임을 넘어 의료보건 분야에 자사 알파고 기술을 뿌리내리는 것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이 재미있고, 대국에도 관심이 있지만, 우리는 이 기술을 게임 이상에 활용하고 싶다"며 "헬스케어나 로봇, 스마트 시스템 등 적용 분야는 많고, 의료보건 분야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