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성장동력' 로봇산업 현주소
세계시장 연 17% 고성장
민간R&D투자 연 12% 감소
서비스용 로봇 대응도 미흡
"가격낮춰 시장확대 주력"

로봇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로봇 업계는 연구개발(R&D) 미흡에 따른 기술력과 수요처, 가격경쟁력 부족 등으로 성장한계에 봉착해 있다. 국내 시장마저 외국계에 내주는 실정이다.

8일 세계로봇연맹(IFR)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2014년 20조원에서 2018년 38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17.7% 성장한다. 국내 로봇시장도 2014년 2조6000억원에서 2018년 5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18.6%씩 커진다.

그동안 국내 로봇업계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산업용 로봇 위주로 생산을 늘려 왔지만, 기술에서 앞선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의 주요 기업에 밀려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 로봇은 물론 로봇 산업의 또 다른 축인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대폭 발전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로봇 업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KDB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업계 중 93.4%는 중소기업으로 장기적 관점을 갖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기 어렵다. 국내 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후발 주자임에도 중소기업의 민간 R&D 투자는 2012년 1432억원, 2013년 1295억원, 2014년 1108억원으로 3년 사이 연평균 12% 감소했다. 그 사이 외국계 로봇 기업은 국내 시장에 진출해 2013년 9.0%에서 2014년 24.2%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R&D 지원으로 기술 개발에 도움을 얻었지만 해외 대기업과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내 로봇 제품이 해외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과 제품 신뢰성이 낮은 점도 걸림돌이다. 업계에 따르면 로봇 부품의 규격화·표준화가 해외에 비해 부족하고 독일·일본 등에서 주요 부품과 기술을 수입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크다. 국내 로봇 부품·부분품의 국산화율도 2014년 기준 61.4%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모 기업은 로봇 몸체를 공통으로 만들고 부품을 용도별로 따로 제작해 제품 가격을 10분의 1로 낮추기도 했다. 최근 엔저에 힘입어 일본 로봇이 국내 제품보다 시장에 싸게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시장 성장성이 좋은 서비스용 로봇 분야에서도 국내 업계의 대응은 미흡하다. 세계 시장에서 2014년 기준 산업용 로봇과 비교해 56% 수준이었던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2018년 71%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반면 2014년 기준 국내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전체 14.7% 규모로 세계 수준(35.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을 만들어도 수요처를 찾기 어려워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산업안전 분야 위주로 서비스 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수요 발굴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구복 산은 산업분석부 연구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력모델을 구축해 제품 역량과 인지도를 키우고, 동종·유사 제품에 적용하는 로봇 부품을 규격화·표준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일본 '생활지원 로봇 안전검증센터'처럼 국내에도 제품 신뢰성을 높이는 인증 제도를 함께 시행하면 국내 로봇 제품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도 로봇 부품 표준화, 모듈화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국 가격을 낮춰 로봇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정책 지원 면에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용기기자 bravelee4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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