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발주량 전년동기비 7분의 1
선박공급가격 '동반 약세' 비상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새로 배를 건조하는 지수를 뜻하는 신조선가가 석달째 답보상태다.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선박 가격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영국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과 업계에 따르면 신조선가는 지난 1월 131포인트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해 11월 131포인트로 내려앉은 뒤 석달째 정체다.

신조선가 지수는 1988년 1월 선박의 건조 비용을 100으로 보고 매달 가격을 종합한 수치로, 지수가 오르면 선박가가 상승했고 반대의 경우 내려갔다는 의미다. 신조선가는 2014년 8월 140포인트가 무너진 이후 130포인트 초반을 가까스로 지켜내고 있다. 조선소들이 싼 가격에 배를 건조해 인도하는 상황이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신조선가 지수 약세는 무엇보다 선박 발주량 급감의 여파가 컸다. 실제로 올 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월 47만CGT(17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342만CGT·145척)에 비해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월 발주량은 57만CGT(16척)로 지난해 2월의 3분의 1로 토막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발주량 급감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선박 공급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발주량 감소와 신조선가 지수 약세 등 이중고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데다 해운업계가 강화한 환경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지난해 선박의 선 발주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 조선소'는 원가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 선주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미국 GE항공 마린사업부와 가스터빈엔진을 탑재한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개발하는 등 해외에서 친환경 기술을 인증받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원가경쟁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품질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노동조합 격인 노동자협의회가 지난 2일 미국 2위 석유회사 셰브론 등 거제조선소에 파견 나온 선주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공정 기간을 최대한 지킬 것"이라며 향후 선박이나 해양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우선순위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선 무턱대고 수주만 따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신조선가가 바닥권을 헤매고 있어 수주를 무조건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니"라면서 "조선사들은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주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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