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IT정보화부 차장
심화영 IT정보화부 차장

테드 창은 촉망받는 과학소설 작가다. 그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에는 디지언트(인공지능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등장한다. 이들은 사람처럼 교육과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고, 자신의 주장과 욕구를 표현한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인간처럼 진화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며칠 뒤 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알파고(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가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친다.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棋譜)를 익히며 단련 중이다. 아직은 이세돌의 우세가 점쳐지나 장차 알파고가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비단 이번 대결 뿐 아니라 21세기 인공지능의 도전이 거세질 것이란 데 이견은 없다. 이유는 데이터의 양이 경이로운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2020년이 되면 전 세계에 연간 생성되는 데이터량은 현재의 10배인 44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1조1000억기가바이트)에 달할 전망이다.

이쯤 되면 어떤 사람·조직·도시·국가도 방대하고 빠르며 변화무쌍한 데이터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을 이끄는 롭 하이 IBM CTO가 "인공지능은 더욱 유능해질 것이므로 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이 수집된 데이터로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며, 예측 능력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미래에 가져올 효과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성장동력이 되리란 기대와 일자리를 빼앗는 인류의 위협이라는 경고가 교차한다. 순기능은 이렇다. 인간적 고뇌가 없는 인공지능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때 주저함이 없다. 당연히 효율성도 높아진다. 인공지능은 1년 내내 24시간 일하며, 인간을 지루하고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켜 준다. 대신 인간은 그 남는 시간을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역기능은 이렇다. 인공지능이 일단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올 다보스포럼에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앞으로 5년 내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생산직은 물론 전문직도 기계가 대체한다. 비슷한 유형의 기사를 쓰는 언론인, 동일한 내용을 강의하는 교수, 유사한 판결문을 작성하는 법률가, 간단한 진단을 하는 의료인들 역시 대체될 수 있는 직업군이다.

결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업이 선점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넷플릭스는 강력한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 추천 기능으로 콘텐츠업계의 강자가 됐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천착한 다국적기업들도 인공지능 역시 모든 기술 혁명처럼 극복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술력과 노동력,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탐욕과 불안이 극심한 세상. 이제 인공지능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음은 씁쓸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을 비참하게 혹은 풍요롭게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결국 인간 자신이라는 테드 창의 소설처럼, 아직은 열린 결말이다.

인류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인간의 몫이다. 급격한 기술 진보에 따른 부작용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고통받을 사람들을 품어 줄 대안과 안전장치를 지금부터 점검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변곡점에 서 있는 지금, 인류가 '초지능(Super Intelligence)' 기계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음을 고민할 때다.

심화영 IT정보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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