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고정 인건비 변화시켜야"
노조측 반발… 총파업까지 고려

금융회사 사측이 연내 연봉제 도입을 공식화하고, 노조가 이에 반발해 총파업까지 고려하면서 금융권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금융사용자협의회 측이 결의한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측은 연공서열 방식의 호봉제가 임금을 고정비용화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은행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은행에 일부 집단 성과평가 및 성과급제가 도입돼 있긴 하나 형식적인 부분에 그치고 있어 개인 역량에 따른 정당한 성과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비효율적인 고정 인건비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야만 한다. 이를 거부하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공공금융기관의 성과주의 도입을 촉구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더욱 확대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집단평가' 중심인 금융공기관에 개인평가를 도입하고 성과연봉 적용 직원 역시 올해 20%, 내년에 30%까지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 연봉제를 조기 도입하는 금융 공기관은 경영평가시 별도 가점을 부여하고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4월 이전에 성과주의를 도입할 경우 기본월봉의 20%, 5월까지는 10%를 추가 지급하고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총인건비 인상률을 삭감하거나 동결까지 검토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금융당국과 사측의 이 같은 입장을 전면 거부하며 산별 노조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 특히 은행이 총파업을 하게 되면 각종 금융업무 차질로 이용자들의 심각한 불편과 손해가 우려된다.

노조 뿐만 아니라 일선 실무자들도 최근 일련의 강압적인 성과주의 도입 추진에 대해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아파트 중도금 등의 집단 대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크게 강화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억제되고 기업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는 것인데, 만약 개별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리스크 관리보다는 개인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실 대출이나 불완전 판매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증권이나 보험 등의 금융회사는 수익을 내는 것이 최우선이고 이 업권은 이미 성과주의 평가가 도입돼 있다. 하지만 은행은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가 목적이며 고객의 자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여기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 도입에 대해 노사가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중장기 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하지만 금융 당국의 강압적인 도입 강요와 금융회사 사측의 무리한 수용으로 인해 노사 갈등만 증폭됐고 이 때문에 성과주의 도입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됐다"고 주장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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