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Design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
SK케미칼 백신연구소가 위치한 판교 SK케미칼 컴플렉스는 개방된 도서관과 카페, 투명한 유리 엘리베이터 등이 딱딱하고 폐쇄적일 것 같은 연구소 이미지와 달리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였다. 외국식으로 설계한 높은 천장과 에너지절약시스템을 도입해 쾌적했다. 첨단 바이오기술과 최신 공법을 적용한 백신 연구시설이 즐비한 가운데 연구자들은 분주히 미래기술을 캐내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훈 SK케미칼 바이오실장은 "집중적인 R&D와 설비투자를 통해 백신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꾸준한 신약개발 저력=SK케미칼은 국내 제약산업에서 처음으로 신약 개발의 역사를 쓴 회사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개발하며 백신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SK케미칼 경쟁력의 핵심은 꾸준한 연구개발(R&D)이다. 그 결과 1999년 국산 신약 1호인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를 내놓으며 국내 신약 개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천연물 신약 1호인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정'을 발매하면서 동양의학의 원리를 규격화, 과학화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발기부전 치료신약 '엠빅스 정'을 발매하고 2011년에는 이를 개량해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S'를 내놨다. 2009년엔 혈우병 치료제 바이오 신약 물질인 'NBP601'을 개발, 물질 단계에서 호주 CSL사에 기술 수출했다. 2012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한 NBP601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왔고 지난해 7월 미국 FDA에, 12월 유럽 EMA에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바이오신약이 미국·EU 등해외 선진 시장에 허가를 신청한 것은 NBP601이 처음이다.SK케미칼은 이외에도 1992년 은행잎 혈액순환개선제 '기넥신', 1996년 관절염 치료 패치 '트라스트' 등 일반의약품을 개발했고 1999년 위십이지장궤양 치료제 '오메드'를 국내 완제 의약품 최초로 EU에 수출한 바 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백신 개발 집중=SK케미칼은 질병 대응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백신사업 전개는 그 일환이다. 2006년 백신사업에 진출, 2007년에는 바이오벤처인 인투젠을 인수하며 속도를 냈다. 이후 백신사업 인프라 구축과 R&D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왔고, 2012년에는 경북 안동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공장인 L하우스를 완공했다.
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관련 생산설비를 모두 보유해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연간 최대 생산량이 1억4000만 도즈에 달하며 첨단 무균 생산시스템을 구현했다.그동안 국내 백신 산업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중장기적 투자가 안 돼 수급 불안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 필수 예방접종을 포함해 주요 감염병 예방 백신 28종 가운데 국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은 10종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케미칼은 지난해 성인용으로는 국내 최초, 소아용으로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상용화했고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받으며 출시 첫해 누적 주문·판매량 36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를 돌파했다. SK케미칼이 판매하는 백신은 B형 간염, 수두,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소아마비 등 국가 필수 예방접종 백신과 뇌수막염, 독감 백신 등이다.
세포배양 방식 독감백신은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무균 배양기를 통해 백신을 생산한다. 항생제나 보존제 투여가 불필요한 고순도 백신으로,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생제 과민반응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신종플루처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변종 독감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기존 방식으로 6개월 이상 걸리던 생산 기간이 절반 이하인 2~3개월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2월엔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의 시판 허가를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허가받은 제품은 '4가'와 '세포배양'이라는 독감백신의 차세대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미래 승부에서도 최선은 'R&D'=SK케미칼은 2000년 이후 매출의 12~15%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 모델 확보가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해 기술 개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이다. 자체 생명과학연구소는 R&D 전문인력을 늘리고 국내외 기업·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 성장의 '씨앗'을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폐렴구균백신, 대상포진백신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대상포진 및 수두 예방 백신 'NBP608', 소아장염 예방백신 'NBP613', 혈우병치료제 'NBP604',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 'YKP10811' 등을 개발하고 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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