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와의 공조수사를 통해 '발신자 표시이름 변경' 수법을 이용한 외환송금사기범을 조기에 검거했다.

3일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지난달 16일 서울 이태원 소재 은행에서 미국 일리노이주의 의료기업 대표이사를 사칭해 "거래 대금을 송금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회사 재무 담당자에게 발송하고 자신의 계좌로 대금을 이체 받아 챙긴 나이지리아인 무역사기범 3명을 이틀 뒤인 같은 달 18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FBI가 공조를 요청한 지난달 13일 즉시 수취계좌를 지급정지하고 피의자 일당을 16일 오후 10시경 은행 지점을 방문해 인출 시도를 하도록 유도한 뒤 11시20분경 은행에 나타난 인출책 A(39)와 길 건너편 커피숍에서 인출상황을 감시하던 B(25)와 C(31) 등 3명을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나이지리아 현지 총책인 D(30)의 신원도 파악해 FBI 등과 국제공조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수신자에게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표시 이름'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회사의 재무 책임자에게 대표이사 명의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피해자는 표시 이름만 보고 대표이사가 해당 메일을 보낸 것으로 생각해 피해를 입었다.

사이버범죄대응과 관계자는 "이는 이메일 주소의 알파벳을 추가·삭제하거나 재배치하는 기존의 주요 범행 유형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수법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고, 미국 금융기관에서 도입한 콜백시스템(일정액 이상의 송금 거래가 있을 때 송금요청자 외의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위를 재차 검증·확인하는 서비스)을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으로도 국제 무역사기 범행에 외환계좌를 제공하거나 인출 범행에 가담한 행위자에 대해 엄정 수사해 대처하고, 향후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도 긴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운기자 jw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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