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웨어러블·인공지능' 다양한 ICT 기술과 융합
'심밴드' 삼성전자 도전장… 세계 ICT기업과 한판승부
스마트의료비서 시대 눈앞 … 혁신막는 규제개선 관건



■reDesign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주도하라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


정보통신기술(ICT)이 전방위 산업과 융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의료산업에도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바뀌면서 ICT 기술을 융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의료는 유전자 정보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초기 기술개발 단계를 넘어서 데이터와 콘텐츠가 주도하는 성숙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의 승자였던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역시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산업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ICT 융합'이 가져오는 '헬스케어 혁신'=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미국의 개인 유전정보 분석 업체 패스웨이지노믹스는 웰니스 애플리케이션 'OME'를 소개했다. 이 앱은 개인 유전정보와 애플 '헬스킷'을 통해 수집한 건강상태, 운동기록, GPS(위성측위시스템) 정보 등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으로 분석해 맞춤형 건강 조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이 앱에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할까"라고 물으면 왓슨은 개인 유전정보와 건강상태에 맞춘 음식과 운동을 제안한다. 이 조언대로 식사와 운동을 하고 나면 그 데이터가 다시 모바일을 통해 전송된다. 현재 비공개 테스트 버전이 공개된 OME는 앞으로 병원에서 진료한 내용이 담긴 전자의무기록(EMR)과, 보험 정보 등을 추가해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개인 맞춤의료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첨단 ICT 기능을 결합한 이 앱이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의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 앱은 패스웨이지노믹스가 IBM의 '왓슨펀드'의 투자를 받으면서 개발을 시작했다. IBM은 왓슨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회사와 손잡고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업체인 존슨앤드존슨과 메드트로닉이 왓슨을 활용한 환자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심지어 경쟁사인 애플도 '헬스킷'과 '리서치킷' 등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왓슨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전에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던 IT와 의료 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맞아 한 플랫폼 안에서 본격적인 결합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플랫폼' 확보 경쟁 치열=전방위적인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구심점이 될 '플랫폼'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구글과 애플, IBM, 퀄컴 등 거대 IT 기업들이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도 이 시장에 진출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3대 IT 기업인 바이두와 텐센트, 알리바바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바이두는 2014년 베이징시와 손잡고 시민 1000만명에게 원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베이징 헬스케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베이징 헬스케어 클라우드는 시민이 스마트혈압계나 심전도측정기,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해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측정 결과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서비스다. 텐센트는 의약품·바이오업계 종사자 커뮤니티인 '딩샹위안'에 7000만달러를, 12만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는 온라인 의료서비스 '과하오왕'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장기적으로 '위챗'이나 'QQ'등 자사 메신저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수억명의 유저를 기반으로 실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알리바바는 2014년 '미래병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는 병원 모바일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진료 접수부터 대기, 수납, 검사 결과 확인 등을 처리하는 것이다. 2단계는 온라인 처방과 근거리 약품 배송, 이동 진료, 의료보험의 실시간 공제와 청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지막 단계는 보건당국과 협력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가 혁신 가로막는다=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특히 삼성은 국내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 구성에 힘 쏟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삼성 디지털 헬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사용자의 다양한 생체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할 수 있는 개방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SAMI'와, 다양한 웨어러블 센서를 하나의 장치에 모은 '심밴드'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하나의 칩으로 심전도, 심박수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 프로세서'도 선보였다. 삼성은 SAMI와 심밴드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와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나이키를 비롯해 애트나, 시그나 등 보험사, 클리블랜드 클리닉, 후마나 등 의료기관, 스탠퍼드대학교 등의 연구기관을 포함, 총 24개사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삼성 외에도 여러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혁신적 결과물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규제'에서 찾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기술들의 광범위한 융복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스마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혁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적절한 규제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심박수 센서를 장착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5'가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논란이 됐던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나 기기에 기존 의료서비스나 의료기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제도적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은 자신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영역 간, 기업 간 융합에도 어려움이 있다.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아도 뒤늦게 규제를 받거나 아예 시장에 철수하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발표한 헬스케어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질환 예방을 위한 일반적 건강관리와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관련법이 제정되면 보험사를 비롯한 일반 기업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의사면허 없이도 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제도 개선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지만, 의사협회, 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의료민영화'를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책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최윤섭 성균관대학교 휴먼ICT융합학과 교수는 "세계적 ICT 기업들이 모바일, 웨어러블, 인공지능, 로봇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융합한 헬스케어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정작 ICT 강국이라는 한국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그 원인으로 규제의 장벽을 꼽고 있는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의 합리화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