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생산성 향상 효과… 국가별 기술개발 경쟁 가속
한국도 부품 자립화 등 필요… 서비스·의료 등 시장 연 21%↑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 대체… 청년실업·저임금 양산 우려도




■ reDesign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주도하라
로봇이 실생활을 바꾼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로봇이다. 로봇은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깝게는 로봇청소기부터, 제조업 분야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상품 추천 등 펀드매니저나 자산관리사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 없는 프로그램 형태의 로봇도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쓰는 로봇의 시범운용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나 로이터 등 외신은 이미 로봇기자를 활용해 기사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비행로봇(드론)은 유통업계의 혁명으로 불린다. 아마존과 구글 DHL 등은 드론 배송 서비스를 위한 준비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2020년까지 드론 시장은 연평균 25%의 고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로봇을 주요 전략으로 육성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25년 후에는 로봇군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로봇의 개발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면, 앞으로 이뤄질 로봇 혁명은 인간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실제로 세계 로봇시장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의 대기업들의 진출과 각국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연평균 21.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년간 세계로봇시장 규모는 제조용 로봇(11.9%), 서비스용 로봇(8.7%)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0.7% 성장한 148억달러에 달한다. 종류별로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수술치료로봇 14억5000만 달러, 엔터테인먼트 로봇 9억1000만달러, 착유 목축로봇 8억8000만달러, 가정용 로봇 8억달러 등 52억8000만달러다.

이처럼 로봇 시장이 매년 성장하면서 세계 각국은 로봇산업 성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2011년 제조업 부흥에 로봇을 활용하는 '첨단제조 파트너십' 계획을 발표했고 2013년에는 '인간-협업 로봇'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R&D)에 2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2014년에는 '인간-협업 로봇'개발과 사용촉진에 3150만달러의 재정지원책을 내놓았다. 일본은 2020년까지 제조 분야에서 현재의 2배인 1조2000억엔, 서비스분야에서 현재의 20배인 1조2000억엔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로봇혁명 실현회의를 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하고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을 2014년 발표했다.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 역시 2020년까지 세계 로봇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다른 산업과 로봇기술의 융합을 통해 200조원 규모의 신시장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로봇기술이 제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특정 영역에서 인간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는 지정된 명령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학습하고 경험을 쌓는 딥러닝을 통해 더 똑똑해지는 로봇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이미지넷경진대회에서 딥러닝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이미지를 인식하는 컴퓨터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방식은 알렉스넷으로 불리는 신경 네트워크를 설계한 뒤 그래핏처리유닛(GPU)으로 수조번에 달하는 수학적 연산을 통해 이미지 인식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를 로봇 개발에 적용할 경우 하드웨어가 아닌 학습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인식하는 로봇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로봇제조사인 'FANUC'(화낙)는 최근 상자에서 무작위로 꺼낸 물체를 고르는 학습이 가능한 조립공정용 로봇을 시연했다. 앞으로는 제조업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딥러닝 로봇의 활용도를 높이 평가한 구글은 2014년 1월 딥러닝 개발사인 딥마인드를 4억파운드에 인수했고, 알파고라는 컴퓨터를 개발했다. 알파고는 9일부터 15일까지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한다. 이 9단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로봇 혁명에 핵심 역할을ㄷ 하게 될 딥러닝 연구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로봇산업의 산업연관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본격적인 지능형 로봇 시대에 대비한 로봇지능, 핵심기술 고도화와 부품 자립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2003년 로봇산업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한 이래 로봇산업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이제는 추격형이 아닌 선도자형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연구개발 과제를 기획·총괄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딥러닝 등 로봇의 발전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분야의 시장 확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과 비슷한 학습형태를 갖추려면 연산과 저장(기억)을 한 곳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RAM(램·주기억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보조기억장치)가 하나의 반도체(원칩)로 묶인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이세철 NH투자증권 테크팀장은 분석했다. 이후에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시냅틱스' 반도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파올로 오테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일본지역 본부장은 "로봇 산업은 전자장치, 제어 시스템, 기계·전자공학, 인공지능, 컴퓨터 공학, 생체공학 등에서 높은 전문성 필요하다"며 "특히 로봇은 센서나 액추에이터,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로봇 산업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로봇 혁명이 인간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내놓은 '로봇은 저주인가 축복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급속도로 대체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청년계층을 중심으로 대량 실업과 저임금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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