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콘텐츠 융합·생명편집 기술진화 '4차 산업혁명' 근간
유전·난치성 질환 '정복' 눈앞… 에이즈 치료 가능성도 확인
바이오산업 진두지휘 컨트롤타워 구축 글로벌시장 선점해야




■ reDesign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주도하라

바이오 시대의 도래


바이오 융합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가운데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고 붙여 생명체의 특성을 바꾸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지금까지의 '유전자를 읽는 시대'에서 '유전자를 편집하는 시대'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병든 유전자만 골라서 잘라내고 난치병을 고치며, 농작물의 멸종을 막아내는 유전체 기술과, 3D프린터로 인공장기를 찍어내는 등 첨단기술의 변화가 인류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전망이ㄷ다.

◇'유전자 가위' 기술 빠르게 진화

'유전자 가위 기술'은 DNA의 특정 서열을 제거·수정·삽입하는 기술로, 유전질환 및 만성·난치성 질환 치료, 농축산물 품종개량 등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효율이 높은 유전자 가위인 '3세대 크리스퍼'가 개발돼 기술진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게 되면 과거에 없던 산업과 생활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2014년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경로인 '혈액세포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에이즈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장기간 추적관찰 연구가 필요한 단계지만 치료법이 상용화되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에이즈 환자의 치료는 물론 경제적 부담도 덜 전망이다.

다국적 제약사도 발 빠르게 연구에 나서고 있다. 독일 바이엘은 지난해 말 스위스 바이오벤처 '크리스퍼세라퓨틱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5년간 신약개발에 3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엘은 자체 보유한 단백질공학 기술 등을 활용해 혈우병, 소아심장병 등 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미국 벤처인 인텔리아세라퓨틱스,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와 유전자 기반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이노베이티브게노믹이니셔티브, 브로드앤화이트헤드연구소 등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연구단장과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지난해 7월 혈우병 유전자를 교정한 줄기세포를 쥐에 이식해 출혈 증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5~10년 후면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될 전망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동물과 식물 유전체 교정에도 활용된다. 특히 외부 유전물질을 도입하지 않고 유전체를 고칠 수 있어 유전자변형과 차별된다. 툴젠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와 제휴를 맺고 근육량을 20% 늘린 근육강화 돼지를 개발했다.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정책위원은 "유전자는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고령화, 환경문제, 자원문제 등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은 바이오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D프린터로 장기를 찍어내는 시대

인류가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과 설계도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그 설계도와 물질을 활용해 3D프린터로 장기나 조직을 찍어내는 시대도 열리고 있다. 3D프린터는 제조업을 넘어 치과치료, 재활보조기구, 재생의료, 의약품 제조 등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의대 연구진은 3D 프린터와 살아있는 세포, 특수젤, 노즐 등을 이용해 귀, 근육 같은 인간 신체조직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인간의 귀와 같은 크기의 인공 귀를 제작해 쥐의 피부 아래에 접착시켰다. 또 인공 근육도 이식해 혈액공급과 연골조직의 생성 여부를 관찰한 결과 쥐의 특별한 신경 변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3D 프린터로 만든 신체 조직을 이식해 일반 신체조직처럼 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은 아프레시아제약이 3D프린터로 제작한 경구용 약물 '스프리탐'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뇌전증 치료제인 이 약은 특수 기술을 적용해 구멍이 많게 만들어 다른 약보다 용해속도가 빠르다. 약을 제조하는 데도 3D프린터가 쓰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3D프린터를 활용해 유방암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바이오가 미래 먹거리다"

정부도 혁명적인 바이오 기술과 산업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혁신환경 조성에 팔을 걷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는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사업'을 통해 작년 10월 4개 기업을 선정했고, 미래부는 '신시장 창조 차세대 의료기기사업'을 통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이끌 후보기업 6곳을 작년 11월 뽑아서 지원하고 있다. 각 사업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4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전자치료제 대상 질환을 제한하는 생명윤리법을 개정, 기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치료법이 없을 경우' 두 가지를 만족해야 했던 유전자치료제를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만족해도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에 바이로메드, 제넥신 등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승신 바이로메드 이사는 "아직 보완 여지는 있지만 생명윤리법 통과로 일부 질환에 한정해 개발이 가능했던 유전자치료제 영역이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될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강력하게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필요

한편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하다 보니 변화에 맞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일등을 못한다면 선점이라도 해야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일본은 의료산업 관련 민관합동체인 MEJ(Medical Excellence Japan)가 있고, 미국은 NIH(국립보건원)이 통합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중복적인 사업을 없애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태광 연구정책위원도 "바이오와 관련된 부처는 7~8곳인데 역할분담을 하고 협력하는 것도 좋지만 국가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춰 능동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국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의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미래부는 지난달 7일 유전자 가위 기술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목표로 하지 않은 생명활동과 직결된 DNA를 자를 경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치료에 적용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개발과 안전성에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배아·생식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문제 등은 윤리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기자 clou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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