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류·건축 분야 등 전방위 활용 활발
소량생산 길열어… "1인 제조업 시대 속도"

왼쪽부터 3D프린터 햄버거 출력 이미지, 치과용 3D프린터 재료 '베로글레이즈. 각각 유튜브 영상 캡처, 스트라타시스 제공
왼쪽부터 3D프린터 햄버거 출력 이미지, 치과용 3D프린터 재료 '베로글레이즈. 각각 유튜브 영상 캡처, 스트라타시스 제공

3D프린터로 출력한 척추뼈 임플란트. 건축 모델 3D프린터 출력 이미지.   각각 4웹 메디컬·메이커봇 제공
3D프린터로 출력한 척추뼈 임플란트. 건축 모델 3D프린터 출력 이미지. 각각 4웹 메디컬·메이커봇 제공


■ reDesign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주도하라
3D프린터가 제조업 바꾼다


[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국정연설에서 '3D프린팅'을 가리켜 모든 제조업 생산방식의 혁신을 불러올 기술이라고 선언했다. 이듬해 국정연설에서는 3D프린터와 관련한 연구·개발(R&D) 확대를 산업계에 주문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개발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미국은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즈 등 민간 기업을 필두로 학계와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를 추진해 세계적으로 월등한 기술 우위를 다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14년 '2020년 3D프린터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오는 2020년까지 세계적 선도 기업 5곳을 육성해 세계 3D프린터 시장의 15%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3D프린팅은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 실현에 가장 부합하는 제조 기술로도 꼽힌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린터란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나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는 기계였다. 일반프린터가 2차원의 사진이나 문서를 출력한다면 3D프린터는 3차원 입체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3차원 설계도를 바탕으로 플라스틱과 금속 등 각종 재료로 아래서부터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해 조형물을 뽑아내는 식이다.

3D프린터는 미국 최대 3D프린터 회사인 3D시스템즈의 창업자 찰스 헐이 회사 설립 이전인 1984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면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시제품 제작 등에 쓰이던 3D프린터가 산업현장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다. 최초 개발자에게 보장한 특허 유효기간 20년이 종료되면서 기술적 제약이 완전히 풀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3년 6만여대에 그쳤던 전 세계 3D프린터 생산량은 2020년 242만대 규모로 확대할 전망이다. 불과 7년 새 생산량이 40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월러스어소시에이츠도 3D프린터 관련 시장이 2015년 73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212억달러로 약 30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넓은 활용 범위 때문에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3D프린팅 기술은 현재도 단순히 피겨나 장식물을 만들어내는 수준이 아니다. 의학·건축·식품·의류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현재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곳은 의학계다. 보청기나 틀니, 의족 등 개인맞춤형 의료보형물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수술에 직접 사용할 인체 이식용 부위를 3D프린터로 출력하기도 한다. 과거 포스텍(포항공과대)이 3D프린터로 함몰 광대뼈를 재생해 인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4웹 메디컬'(4WEB Medical)이라는 임플란트 전문회사가 3D프린터로 척추뼈 임플란트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척추뼈뿐만 아니라 무릎, 엉덩이, 외상 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임플란트를 개발 중이다.

의학계는 또 3D프린팅을 활용해 심장이나 간 등 '살아 있는 장기'를 만들겠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나카무라 마코토 일본 토야마국립대 교수는 살아 있는 세포를 3D프린터로 쌓는 데 이미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원 구조물을 설계한 뒤 줄기세포와 세포영양분을 쌓으면 장기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체 장기를 3D프린터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현재 병원마다 X선 촬영이나 CT를 담당하는 방사선사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3D프린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신규 직종도 생길 전망이다.

3D프린터와 궁합이 잘 맞는 또 다른 분야는 의류업계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지난해 7월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를 3D프린터로 출력한 '3D컬렉션' 60여벌로 채웠다. 3D프린터로 출력한 그물망 형태의 원단을 기존 재킷 위에 덧댄 방식이었다. 아디다스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육상화 '퓨처크래프트 3D'를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퓨처크래프트 3D는 개개인의 발에 맞춘 육상화로 밑창 중간 부분인 중창을 3D프린터로 뽑아 만들었다.

최근 대세로 자리매김한 요리사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음식도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물론 사탕과 쿠키, 요구르트까지도 출력이 가능하다. 현재는 가루(파우더)와 반죽(페이스트), 액체 등으로 이뤄진 한정된 음식만 가능한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식품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기술의 개발이 머지않을 전망이다.

3D프린터는 소형 제작물을 만드는 데 그치고 있지 않다. 거대한 건물 자체를 출력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실제 중국의 시공재료업체 윈선 데코레이션 디자인 엔지니어링은 2014년 4대의 대형 3D프린터를 이용해서 24시간 이내에 사무실용 건물 10채를 짓는 데 성공했다. 한 채당 든 비용은 5000달러에 불과했다. 영국 건축기업 포스터플러스파트너스는 유럽우주기구(ESA)와 3D프린팅 기술로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는 기술을 구상 중이다. 3D프린터가 종이는 물론 모래, 철강 등 온갖 폐기물을 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해 달의 토양을 공급 원료로 사용해 건물을 출력하는 방식이다.

3D프린터는 또 모든 사람이 집에서 제조업을 할 수 있는 '1인 제조업 시대'를 열 기술로도 평가받고 있다. 개인용 3D프린터의 보급이 확산할수록 개인맞춤형 소량 생산으로 만든 제품을 사고파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개인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직접 제품을 설계하고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든 뒤 중국이나 인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형태도 가능하다. 아울러 현재 완제품을 배송하는 온라인 유통업계 역시 3D 설계도나 주문된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제작해 배송하는 형태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