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소비자연맹 분석, 재석률 64%·법안가결 6.9% 불과 인기영합·보여주기식 의정활동에 '예산 먹는 하마' 비판 국민은 감시자 역할… 선거 투표율 높여 정치개혁 실현
■ reDesign 대한민국 16대 어젠다 정치개혁, 국민이 나서야 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국회가 그랬듯이 19대 국회 역시 '정치 개혁'을 기치로 내 걸고 출발했지만 19대 국회 4년 간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국회 스스로 '정치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그 몫은 오롯이 국민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역대 총선거 투표율이 50%에 불과하다는 점은 국민 절반 가량이 정치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셈이다.
사법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최근 내놓은 '제19대 국회 의원활동 종합성적'은 평균 66.13점이었다. 292명의 국회의원의 본회의·상임위 출석률, 법안 발의·통과 건수, 상임위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린 점수는 F학점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낙제점인 50점 미만을 받은 의원도 37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19대 국회의원의 본회의 재석률은 64.4%에 불과했다. 본회의 재석률은 1차년도인 2012년에는 65.6%였지만 매년 하락해 4차년도인 2015년에는 62.7%까지 떨어졌다. 4년간 총 31회 열린 정기·임시국회 중 50% 이상 자리를 비운 의원은 17명이었고 90%이상 자리를 지킨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상임위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상임위 전체회의 출석률은 평균 82.6%였다. 상임위 전체회의 출석률 역시 매년 하락해 4차년도에는 78.9%까지 떨어졌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법안 발의 건수는 18대 1만1191건에서 19대 1만5394건으로 크게 늘었다. 가결 건수도 18대 639건(5.7%)에서 19대 1066건(6.9%)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가결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의안 가결률이 이처럼 한자리에 머무는 이유는 법안들이 시류에 편승한 인기영합주의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입안 단계부터 심도 있는 고민·검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입법 건수를 자신의 '실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법안의 내용을 조금씩 바꿔 2번씩, 3번씩 발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안이 심의 과정에서 본래 취지와는 달리 변질되는 사례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소비자연맹의 분석에 따르면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표결과정에서 법안에 반대한 건수는 165건, 기권한 건수는 44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상임위 등의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안반영폐기 또는 수정되면서 본래 법안을 발의한 취지가 퇴색돼 반대 또는 기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이 법안심사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훼손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법안에 대한 부실한 심의도 문제다.
19대 국회에서 부결된 법률안은 3건, 폐기된 법안은 293건이었다. 폐기된 법안의 경우 법안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폐기됐거나 심사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단순 폐기된 사례도 있었고 전문위원의 폐기의견으로 폐기된 사례도 있었다. 다른 법의 개정으로 폐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1월21일 대표발의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다. 주요 공직후보자의 자질·능력 검증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임명 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없어져 정 의원의 개정안은 폐기됐다.
1년에 한 차례씩 열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국정감사의 실효성 논란도 매년 제기되는 문제다. '국정감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문제 제기, 터뜨리기 식 국정감사가 매년 재연되고 이슈 하나를 재탕·삼탕 다루거나 정부부처나 피감기관들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시정하는 데 미온적이다.법률소비자연맹이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 3년 내내 반복된 시정처리 요구사항은 242건이었고 이 중 89건(36.8%)는 18대 국회에서도 지적된 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이처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시정처리요구사항이 반복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법과 제도가 강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감기관 역시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부족한데다 시정처리요구사항이 시정되지 않아도 책임자 처벌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어 매년 '붕어빵 국정감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 식구 감싸기'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징계안 39건 중 가결된 건 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의원 징계안을 심사하는 국회윤리특위는 19대 국회에서 2억6979만원을 사용했다. 총 19차례 회의를 했지만 총 회의시간은 11시간 18분에 그쳤고 징계안은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감시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국회의원은 스스로의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감시가 강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민은 국민 스스로 감시자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 17대 총선의 경우 투표율은 60.6%를 기록했지만 18대 총선에서는 46.1%로 떨어졌고 19대 총선에서는 다소 상승해 54.2%를 기록했다.
국민의 절반이 투표권을 버린 셈이다. 특히 20대 전반은 더욱 심각하다. 18대 총선의 경우 20대 전반 유권자의 투표율은 32.9%, 20대 후반은 24.2%에 불과했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을 비난하기 전에 유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우리나라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국민이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