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 상반기 본인가 사실상 물건너가
금융당국의 최대 금융개혁 성과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연내 출범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전산시스템 구축 범위가 예상보다 방대해 도저히 일정 내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참여 사업자들의 지분관계가 명확지 않아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도 일정 지연의 이유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예정됐던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인가가 어렵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예비 인가를 받은 두 사업자 케이뱅크(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에 대해 상반기 중 본인가를 하고 연내 영업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개혁위원회에서 '3분기 중 본 인가, 내년 초 영업개시'로 일정을 늦춰 보고했다.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사업자들의 준비 상태에 따라 영업 개시일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내년 초 영업 개시로 일정을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타임스 취재 결과 예비사업자들은 3분기 중 본인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케이뱅크의 경우 본인가 신청을 3분기 내에 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은행은 본인가 신청 자체를 11월이나 돼야 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은행 고유업무에 국한된 것이고 부수 업무, 겸영 업무를 모두 갖춰 본인가를 받으려면 두 사업자 모두 연내 본인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본인가는 준비 실태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기 때문에 최소 1개월 이상 소요된다. 여기에 인가 후에도 안정성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 영업개시 시점은 내년 초보다도 더 늦어질 수 있다.
본인가 신청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은행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 점포 없이 전국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모든 금융거래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은행보다 전산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부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해 구축할 수도 없다. 당연히 전산시스템 구축에 은행보다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장지수 삼정KPMG 컨설팅서비스본부장은 "기존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은 철저히 자체 개발(In house)됐지만, 인터넷은행은 시중에 있는 패키지솔루션(Ready Made solution) 등을 통해 구축하고 있다"면서 "개발 기간, 비용, 확장성을 고려해 선택한 대안이지만 기간이 짧고 국내은행에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라 보안 및 완전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본부장은 특히 "인터넷은행이 서비스를 개시했다가 초기에 보안사고 혹은 시스템 오류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이용자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 완성도에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참여 사업자의 지분관계가 명확지 않다 보니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초기 구축과정에서 자본 투입이나 행장 선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많지만 주주사의 지분관계가 불명확하고 앞으로 개정 여부도 확실치 않아 아무래도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은행 구축은 전산시스템 외에도 인적설비, 물적설비, 리스크 관리 체계, 소비자 보호체계, 사업모델 구체화 등 은행 본연의 업무를 이해해야만 마련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적지 않다.
카카오 가교법인에서는 은행 측 주주인 KB국민은행에 대해 인적, 물적 설비나 리스크 구축 노하우 등에 대해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 역시 참여 지분이 10% 정도여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카카오은행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주요 주주로 우리은행이 참여하면서 가교법인에도 우리은행 실무자들이 상당수 참여해 은행의 노하우를 적극 이식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카카오은행의 경우 인터넷회사와 증권사가 현재 선두에 서다보니 은행 프로세스를 이식하는 데 보다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금융당국의 최대 금융개혁 성과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연내 출범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전산시스템 구축 범위가 예상보다 방대해 도저히 일정 내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참여 사업자들의 지분관계가 명확지 않아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도 일정 지연의 이유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예정됐던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인가가 어렵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예비 인가를 받은 두 사업자 케이뱅크(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에 대해 상반기 중 본인가를 하고 연내 영업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개혁위원회에서 '3분기 중 본 인가, 내년 초 영업개시'로 일정을 늦춰 보고했다.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사업자들의 준비 상태에 따라 영업 개시일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내년 초 영업 개시로 일정을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타임스 취재 결과 예비사업자들은 3분기 중 본인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케이뱅크의 경우 본인가 신청을 3분기 내에 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은행은 본인가 신청 자체를 11월이나 돼야 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은행 고유업무에 국한된 것이고 부수 업무, 겸영 업무를 모두 갖춰 본인가를 받으려면 두 사업자 모두 연내 본인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본인가는 준비 실태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기 때문에 최소 1개월 이상 소요된다. 여기에 인가 후에도 안정성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 영업개시 시점은 내년 초보다도 더 늦어질 수 있다.
본인가 신청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은행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 점포 없이 전국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모든 금융거래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은행보다 전산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부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해 구축할 수도 없다. 당연히 전산시스템 구축에 은행보다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장지수 삼정KPMG 컨설팅서비스본부장은 "기존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은 철저히 자체 개발(In house)됐지만, 인터넷은행은 시중에 있는 패키지솔루션(Ready Made solution) 등을 통해 구축하고 있다"면서 "개발 기간, 비용, 확장성을 고려해 선택한 대안이지만 기간이 짧고 국내은행에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라 보안 및 완전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본부장은 특히 "인터넷은행이 서비스를 개시했다가 초기에 보안사고 혹은 시스템 오류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이용자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 완성도에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참여 사업자의 지분관계가 명확지 않다 보니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초기 구축과정에서 자본 투입이나 행장 선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많지만 주주사의 지분관계가 불명확하고 앞으로 개정 여부도 확실치 않아 아무래도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은행 구축은 전산시스템 외에도 인적설비, 물적설비, 리스크 관리 체계, 소비자 보호체계, 사업모델 구체화 등 은행 본연의 업무를 이해해야만 마련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적지 않다.
카카오 가교법인에서는 은행 측 주주인 KB국민은행에 대해 인적, 물적 설비나 리스크 구축 노하우 등에 대해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 역시 참여 지분이 10% 정도여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카카오은행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주요 주주로 우리은행이 참여하면서 가교법인에도 우리은행 실무자들이 상당수 참여해 은행의 노하우를 적극 이식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카카오은행의 경우 인터넷회사와 증권사가 현재 선두에 서다보니 은행 프로세스를 이식하는 데 보다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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