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KISTI 과학데이터연구센터장
이상환 KISTI 과학데이터연구센터장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서 세계과학정상회의가 개최돼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장관들이 과학기술혁신과 국제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한 화두는 오픈 사이언스다. 오픈 사이언스는 국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연구 성과의 개방과 공유를 과학기술 혁신을 창출하고, 더 나아가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등 글로벌 또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 전기, 자동차, 전화기, TV, 컴퓨터, 인터넷 등 많은 과학기술의 등장으로 인류 역사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진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과학기술이 기여한 정도는 매우 크다. 그러나, 국가 간 기술의 혁신성과 기술의 격차가 크지 않아 추격과 추월을 반복하면서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성장 모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의 효율성 극대화 위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로 전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진정한 과학기술 혁신의 시금석이 되기 위해 정부, 연구계, 학계, 산업계가 모두가 노력하고자 대전선언문을 채택하게 됐다. 개방(Open)의 사전적 의미는 '금하거나 경계하던 것을 풀고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교류하게 함'이다. 정보를 좀 더 개방하고 활용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더 많다. 국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연구 성과물을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국가 R&D 효율성을 제고한 것도 그 중 하나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한선화)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 중인 NTIS를 통해 진행 중인 R&D 과제와 연구결과물을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연구자가 새로운 R&D를 기획하여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국가 인프라를 통해 연구과제정보와 논문, 특허, 연구보고서 등 8대 성과물이 개방,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보편화된 세상이 됐다. 이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연구과제와 관련된 정보의 개방과 공유에 대한 동의를 얻고 국가적인 인프라로 만드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인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2015년도 세계 과학기술장관회의 주요 화두인 연구 결과 및 과정을 개방, 공유하는 오픈사이언스 개념은 연구데이터, 연구협력, 연구성과의 개방을 3대 요소로 정의하고 있다. 3대 요소 중 하나가 데이터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가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데이터의 활용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원천이라고 전망하기도 하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ns)가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를 내다버리지 않는다"라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데이터가 너무 중요해서인지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가 참으로 힘이 든다.

오늘날 R&D를 수행하는 연구 환경의 변화로 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의 가설과 이론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시대다. 거대한 입자충돌용 가속기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15PB, 2013년 기준)를 실험에 참여한 전 세계 연구자와 공유하여 과학적 발견함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하나의 분야에서도 데이터 공유하고 활용함으로써 과학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많은 분야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면 인류의 기아, 질병, 재해 등 많은 글로벌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하면 무엇이 좋고, 무슨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만들고 보유한 데이터 공유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자발적인 공유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연구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에 대한 논의와 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 과정과 결과물인 데이터를 공유하여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가 된다면,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 공유할 수 있는 의식, 정책 등 사회적인 여건과 함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국의 왕립학회에서 "데이터는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지능적인 개방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의식의 전환 없이는 공유를 통한 활용과 새로운 가치의 발견은 어렵다. 많은 연구자, 연구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의 공유를 위해 선언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상환 KISTI 과학데이터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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