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 폭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사태의 후폭풍이 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폭스바겐 차량의 판매가 감소하는 물론 다른 디젤차 제조사도 영향을 받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미국 워즈오토 등에 따르면 1월 미국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4448대와 비교해 95% 감소한 222대에 그쳤다. 미국에서 월별 디젤차 판매량은 지난해 5월 9300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8월까지 월 5000~9000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9월 폭스바겐 사태 발생 이후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디젤차 판매를 중단하면서 10~12월 월 8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폭스바겐은 미국 디젤차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했기 때문에 전체 디젤차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컸다. 폭스바겐은 파사트와 제타 등 주력 디젤차의 판매 중단에 따른 여파 지속으로 1월 전년 동기보다 14.6%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법률회사 하겐스버만이 메르세데스-벤츠를 상대로 블루텍(BlueTEC) 기술을 탑재한 디젤차가 10℃ 이하 온도에서 미국 환경청(EPA) 기준보다 65배 많은 질소산화물 배출한다며 배출가스 조작 의혹 및 과대광고로 소송을 걸면서 미국 디젤차 이미지는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유럽 시장에서도 12만8345대로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 이는 지난달 유럽 승용차 판매가 전년보다 6.2% 증가하는 등 2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나타난 것으로, 폭스바겐 사태 후폭풍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는 지표다. 폭스바겐 외에도 디젤차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르노, BMW도 각각 3.7%, 1.0%, 4.8%로 시장 평균을 밑돈 증가에 그치면서 점유율이 줄었다.
배출가스 조작사태의 '무풍지대'로 불린 국내에서도 변화 조짐을 보였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1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각각 46.5%, 44.7% 급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배출가스 조작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월 판매량이 947대로 뚝 떨어졌지만, 11월부터 1000만원대 할인과 무이자 장기 할부 등 '파격 할인' 공세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기존 월평균을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폭스바겐만이 아니라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디젤차 위주의 독일차 업계 모두 지난달 판매량이 줄었다. 벤츠는 전년 동월보다 1.6%, BMW는 19.6% 판매량이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1만3573대를 기록한 전체 수입 디젤차 판매량도 지난달 1만1102대로 18.2%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인한 디젤차의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배출가스 기준 강화 흐름에 따라 지난 10년간 지속해온 디젤차 인기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는 저유가 기조로 가솔린차의 증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