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청년일자리 '고심' 한달앞으로 다가온 공채시즌 삼성·LG·SK·포스코 등 신입사원 채용규모 못정해 업계 "기존인력 내보내고서 신규 직원 뽑아야 할 처지" 현대차·롯데·한화·GS는 예년보다 소폭 늘리기로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올 상반기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상당수 업체가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청년 일자리 확대 정책에는 호응해야 하다 보니, 기존 인력을 내보내고 새 직원을 뽑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 일자리 만들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올해 채용규모를 확정한 곳은 현대자동차와 롯데, 한화, GS 등이고, 삼성과 SK, LG, 포스코, 한진, 두산, CJ 등은 아직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CJ 등 대다수 그룹사는 3~4월에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을 시작한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롯데, GS, 한화는 예년보다 채용을 늘리기로 했지만, 다른 그룹사들은 예년 수준의 채용은 유지하기도 버거워하고 있다. 아직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한 그룹사 관계자는 "3월 초부터 서류전형을 시작할 예정인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분위기상 줄이고 싶어도 못 줄이는 상황이라 인사팀에서도 골치 아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체들은 최근 실적 부진과 업황 침체로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며 오히려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려줄 것을 대기업에 요구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 채용을 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도 올해 상반기 5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이미 일부 업체는 지난해 상당수의 인력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주요 대기업의 직원 공시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의 직원 (계약직 포함) 수는 전년(9만9556명) 보다 999명 줄어든 9만8557명이다. 포스코 역시 같은 기간 510명의 직원을, SK이노베이션 계열과 SK텔레콤은 각각 539명, 203명의 직원을 줄였다. GS칼텍스도 165명의 직원을 줄였다.
이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올해 경영 전망까지 만만치 않아 사전에 몸집을 가볍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5일 기준 자산총액 상위 10개 기업집단의 전체 시가총액은 약 721조99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9% 줄었다. 저유가와 환율 등 대외요인에 따른 수출 감소가 주 요인이다. 아울러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금융그룹 제외)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82.8%의 응답자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환경에 대해 '구조적 장기불황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장기 저성장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채용을 오히려 늘리면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외국 직원들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3~4년간 실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유연한 인력구조가 보편적이지만, 국내의 경우 경직한 인력 구조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며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주요 대기업의 추가 성장을 기대하긴 힘든 만큼, 대기업 중심의 청년 일자리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