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불과 두달 남짓 남아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국민 뜻 헤아리는지 의심 부동층 증가로 이어져 엄격하고 명확한 잣대로 올바른 선거문화 만들어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4월 총선이 불과 두 달 남짓 남았다. 여느 선거와 다름없이 정당과 후보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복잡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축제라는데, 선거를 앞두고 분열하는 야당이나 친박·비박으로 대립하는 여당이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갈등과 대립인지 국민들로서는 답답할 뿐이다.
선거의 본질은 국민을 대신해 국가사무를 담당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며, 그 의미는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후보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력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가 민주적인 것은 단지 국민이 선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후보자들이 국민의 의사를 헤아리려 노력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뜻에 가까운 정책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과연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있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오히려 여당은 야당의 분열을 보면서 긴장을 풀고,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지 않음을 핑계로 삼아 서로 정책경쟁을 하는 대신에 집안싸움에 골몰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가. 아무 생각 없이 지역정당구도로 투표하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썩 마음에 드는 정당이나 후보자도 없는 상황이라면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져서 이른바 부동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신생정당 출현의 호기일 수 있고, 무소속 후보자들의 기회일 수도 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전체 정치구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임을 우리 국민들도 잘 알기 때문에 지금껏 마음에 덜 들더라도 전통적인 양당구도 하에서 투표하는 국민들이 압도적 다수였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양당구도 하에서 제3당이 힘을 얻게 되는 시기들이 있다. 영국의 경우 1983년 선거에서 자유당이 신생 사회민주당과 연합하여 25%의 득표를 했던 것이 그랬고, 우리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정당득표에서 13.1%를 얻었던 2004년의 17대 총선이 그랬다. 이 시기는 공히 여당과 제1야당이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시기이며, 국민들이 제3의 대안을 찾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양당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 제3당의 출현이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변화가 긍정적인지 등에 관하여는 서로 엇갈리는 주장들이 있다. 하지만 제20대 총선을 목전에 둔 현재로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국민의 생각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현실조차 국민들 탓이라고 말하지는 말자. 예컨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진박 논란이나, 여당 내에서의 친박·비박 갈등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역적 지지기반과 무관하지 않지만, 이를 여당의 정책적 방향에 대한 지지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은 여당 내 계파정치의 책임인 것이다. 또한 야당이 분열하면서 계속 호남 민심의 눈치를 보는 것 역시 국민들의 탓이라 말할 수는 없다.
유권자들이 각성해야 할 점도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제는 보다 엄격하고 명확한 잣대를 가지고 정당과 후보자들을 평가함으로써 선거를 통한 국민의 평가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어떤 지역이든 당내 공천만 통과하면 당연히 당선이라는 등식이 깨어질 때, 우리의 선거문화가 다시 한 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는 국민과 정당, 후보자들이 소통하는 가운데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여야 한다. 지금처럼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어찌 제대로 된 선거가 될 수 있을까. 선거 후보자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열기로는 올바른 선거를 만들지 못한다. 뜨거운 열기까지는 아니어도 축제다운 훈훈함은 국민들에게 전해져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