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소재·로봇·녹색도시 등 7대분야 'MIRACLE' 선정 '선진국 따라잡기' 보다 '선도적 혁신' 위한 R&D전략 집중 치매 조기진단 기술 개발 후 민간 이전 등 성과 '가시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66, beyond MIRACLE'을 비전으로 로봇,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미래기술 개발에 나선다. 가보지 않은 미래를 기술로 여는 도전을 하는 KIST 연구자들의 연구 모습.
■과학기술 50년, 미래 50년
<1부> (4) 미래 50년을 여는 'MIRACLE' 도전
1966년 설립돼 50년 간 과학기술로 '한강의 기적'을 견인해 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미래 50년을 위한 새로운 '기적(MIRACLE)'을 준비한다. KIST는 미래 50년을 위한 비전으로 'beyond MIRACLE'을 정했다. MIRACLE은 △차세대 소재 소자 시대 개척(Material) △포스트 디지털 시대 선도(Information) △미래형 인간 로봇 공존사회 구현(Robotics) △미래농업혁명 주도(Agriculture) △포스트 기후변화체제 주도(Carbon) △초고령화 시대 바이오의료 선도(Life)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 구현(Environment) 등의 목표를 의미하는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국내 첫 국가 과학기술 종합연구기관이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맏형으로서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국민 행복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KIST는 이들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얻고 있다. 지난 1일 KIST 김태송·김영수·황교선 박사팀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조기진단 기술이 일진그룹에 기술이전 됐다. 간편한 혈액검사로 기존의 자기공명영상(MRI) 및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보다 더 정확하게 치매 발생 가능성을 훨씬 더 앞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KIST는 이전된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앞으로 벌어들일 기술료 수입이 3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의료기기 분야의 경상기술료가 매출의 3∼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특허가 존속하는 2035년까지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기술은 산업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면에서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과 함께 KIST 연구진은 현재 물에 타서 마시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덩어리를 제거해주는 신약 후보물질 'EPPS'도 개발한 상태다. 이 치료제 개발까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거대한 사회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새로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 원천기술 개발 도전 '비전 21'=KIST가 비전으로 제시한 영역들은 2000년대 이후 줄기차게 이어온 고민과 도전의 산물이다. KIST는 1966년 설립 이후 산업화를 위한 전략 마련과 선진 기술 추격을 위한 연구개발 등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위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정부와 사회 곳곳에서 KIST를 비롯한 출연연들이 미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력산업 영역에서는 민간의 R&D 투자와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선진국 따라잡기'보다는 '선도적 혁신'이 가능한 R&D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출연연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원천기술과 공공영역 R&D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게 됐다.
이에 부응해 KIST는 2002년 세계적으로도 개념 정립단계인 여명기 기술에 도전하는 '비전 21'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선진국과 같은 시기에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 사업에서 KIST는 뇌질환에 대한 새로운 신약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케모인포매틱스(화학정보학)'와, 전하량 제어 방식의 전자소자를 대체해 스핀 제어 방식으로 소자를 작동하는 '스핀트로닉스(스핀전자공학)' 연구를 했다. 두 과제 모두 KIST의 자체 연구 역량만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고 기술 융합이 필요한 분야였다. 목표도 도전적으로 설정됐다.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KIST는 핵심 중견 연구원을 특별 영입하고 연구팀을 재편성해 대외 개방형으로 운영했다. KIST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중요한 기술 연구는 외부 공모를 통해 위탁과제를 선정하는 방식을 썼다. 내부에서는 '전담 연구원 제도'를 시행해 해당 분야에서 3∼5명의 핵심 연구원이 전담 연구를 수행하게 했다.
장기간의 연구 끝에 KIST는 2009년 전자의 스핀을 이용해 트랜지스터 동작을 할 수 있는 '스핀 주입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실리콘 이후 차세대 전자소자 유망 후보인 스핀트로닉스 전자소자 분야에서 기술을 선점하고 관련 영역을 주도해나갈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전문연구소 설립으로 '해야만 하는 연구' 역점=2010년 설립 45주년을 맞은 KIST는 세계적 수준의 핵심 연구집단 육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 결과물로 2011년 2월 전문연구소 설치와 운영을 포함하는 경영목표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당시 제시된 전문연구소의 개념은 특정 영역에서 수월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력의 유동성과 개방성이 보장된 연구조직이었다.
특히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연구'에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KIST는 보유한 연구 역량으로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고, 국내 타 연구기관의 연구와 중복되지 않는 독창적인 연구주제를 제시할 수 있는 분야를 분석해 2011년 3월 '뇌과학연구소'와 '의공학연구소'를 설치했다.
이어 2012년 2월에는 '다원물질융합연구소'와 '녹색도시기술연구소'를 추가로 설치했고, 지난해 1월 다원물질융합연구소를 폐쇄하고 '차세대반도체연구소'와 '로봇·미디어연구소'를 신설해 현재와 같은 5개 전문연구소 17개 연구단 체계를 갖추게 됐다.
전문연구소 체제 출범 이후 KIST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연구성과를 이뤘다. 대표적인 기술이전 사례로는 환경에너지 소재 분야의 탈질 촉매, 이차전지용 내열성 분리막, 연료전지용 고분자 전해질막과 시스템 분야의 무안경식 다시점 3D 디스플레이, 바이오 분야의 치매 조기진단 키트 등을 들 수 있다.
◇'종합연구소' 강점 살린 개방·융합형 연구 박차=최근 기술 이전한 치매 조기진단 기술 개발은 종합연구소로서 KIST의 강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뉴로사이언스(신경과학) 연구를 시작한 KIST는 2011년 신경과학, 바이오 마이크로시스템, 기능 커넥토믹스, 뇌의약 연구단을 한 데 모아 뇌과학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당시 뇌과학 분야 교수나 연구자들이 개인 차원에서 연구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관은 없었다. 뇌질환 치료제부터 진단기술, 이를 실험하기 위한 장비기술까지 뇌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에 도전장을 낸 KIST는 기초연구에서 엔지니어링까지 전 분야를 섭렵해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국내 유일의 종합연구소인 KIST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한발 앞선 시도는 치매 조기진단 키트와 치매 치료물질 개발 등 굵직굵직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 50년, '고령화·에너지·소재' 기술 연구 집중=미래 과학기술은 반드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하고, 고령화와 자원고갈 등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충격에 대비하는 해법을 내놓는 기술을 내놓아야 한다. 또 미래 과학기술은 국민들이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삶을 위한 과학, 개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KIST는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다가올 50년을 대비하기 위해 △미지 연구영역 도전 확대 △창조경제 실현 및 사회문제 해결 △개방·협력 운영모델 제시 △글로벌 리더십 강화 △지역연계 협력 주도 등 5대 중점 전략 방향을 설정했다. 이와 함께 KIST의 연구역량을 발휘할 3대 중점 연구 방향으로 △초고령화로 인해 급증할 노인성 질환과 고령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뇌과학·의공학' △기후 변화와 에너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도시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에너지·환경'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창출할 첨단 소재 및 차세대 반도체 연구,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등 '차세대 소재·시스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