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잘못… 수수료 갈등 근본적 해결책
금융당국 "이용자 결제불편 커져 폐지 어려워"

연초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와 맞물려 카드 가맹점의 카드수납의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카드 수수료 논란이 애초 정부의 시장 개입에서 비롯한 만큼, 그 시발이 된 카드수납의무제도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카드수납의무제도 폐지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1998년과 2003년 각각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카드 가맹점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가격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연매출 2400만원 이상 사업자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수납의무제가 신용카드 이용 인프라를 확대하기는 했으나 가맹점 수수료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도록 하는 시장실패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초 정부가 자영업자의 세원 투명성 확보와 세수 확대 등을 위해 카드수납의무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가맹점의 협상력이 약화됐고, 결국 정부가 카드 수수료 문제에 개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과) 교수는 "가맹점들이 수수료가 싼 카드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정상인데 카드수납의무제로 인해 가맹점과 카드사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5만원 이하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카드수납의무 제한을 폐지하면 가맹점들은 카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고 카드사들도 역마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카드승인실적을 보면 개인카드평균결제금액은 3만8937원이고 결제금액 소액화는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결제금액 소액화가 심화되면 카드사가 밴(VAN)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으로 카드사들은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액결제에 대한 카드수납의무 제한을 폐지하고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얘기다.

세원 투명성 확보 및 세수 확대라는 카드수납의무제도의 도입 명분도 이미 과거형이 됐다는 지적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에서 현금영수증 제도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세원투명성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수납의무제 폐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결제부분에 대해 카드 이용자들의 결제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카드수납의무제 폐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수납의무제를 폐지해도 카드 사용이 이미 보편화했기 때문에 카드 사용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맹점마다 다른 수수료율 때문에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고, 소비자 불편은 카드사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소액결제가 많은 카드사의 경우 제한적인 카드수납의무제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카드사마다 카드 이용자 특성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조은국기자 ceg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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