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오 PD블루 미디어그룹 작곡가
라이언 오 PD블루 미디어그룹 작곡가


예전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 음반시장의 황금기라고 불렸다. 수많은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고 다양한 장르와 가수들이 존재했다. 아무리 상업적인 음악이라도 그 안에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고 최소한 음악으로 청취자의 감성을 건드리고자 노력함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중음악계의 모습을 보면 청취자의 지갑만을 건드리고자 노력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재 음반시장은 2000년 초반 이후로 대형기획사, 유통사, 음반사, 포털사이트의 독점화, 상업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음악은 단지 그들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된지 오래다. 돈을 좇는 예술이 만연하다보니 창작자들은 자신의 음악성, 작품 완성도보다는 업계 회사들의 의지와 의견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영하는 경향이 짙어졌으며 진정한 음악에 대한 철학은 점점 음악 속에서 옅어지고 있다.

몰개성화가 사회와 문화 및 예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중산업의 가장 큰 목표와 가치는 수익창출에 있으며 대중음악 역시 음악 자체의 순수성 보다는 산업에 가까워졌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카카오에 인수된 국내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시가총액 2조가 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음원유통사이자 음원 사이트다. 멜론이 이렇게 큰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된 이유에는 음원유통계약시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음원권리자와 계약을 맺어 큰 수익을 낸 것이 주요한 이유다. 음원창작자 및 권리자의 몫은 터무니 없이 작고 멜론과 같은 대형 음원유통사 및 음원 사이트의 몫은 터무니 없이 크다. 대형 음원유통사와 음원 사이트의 배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창작자들의 배는 고파져만 간 셈이다.

결과적으로 배가 고픈 육식동물은 울며 겨자 먹기로 풀을 뜯어먹어야 했다. 좀 더 팔리는 음악, 좀 더 제작사, 유통사에서 원하는 음악, 좀 더 자극적인 음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으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건 음악인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치로도 불리고 있는 게 요즘 음악인의 현실이다. 자유롭지 못한 창작이라는 모순으로 지금 우리 음악시장은 다양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잃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다양성과 독창성을 살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환경과 구조 즉,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인들이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비단 관련 시장에만 책임을 전가 할 것이 아니라 국가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분쟁조정 역시 관련부처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국가 문화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에 친구들에게 어떤 음악을 듣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상당한 숫자가 이렇게 대답한다. "들을 노래가 없어 요새는"이라고. 창작자의 기본적인 창작활동 지원이 없이 예술을 기대하기는 이기적인 기대라고 말할 수 있다. 기본적인 음반산업구조에 대한 지원과 개선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들을 만한 노래가 없다는 청취자의 여론은 점점 현실화 되어갈 것이다. 명곡들은 생태계의 희귀 종과 같아 먹이사슬과 환경이 조화롭게 이루어 졌을 때 비로소 모습을 자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대형 유통, 기획사들과의 공생과 타협 그리고 관련부처의 적극적인 창작자 지원이 지나간 명곡의 시대를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거라 굳게 믿는다.


라이언 오 PD블루 미디어그룹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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