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이 올해도 지속하면서 국내 빅3 조선사의 1월 수주 건수가 '0'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째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연초부터 수주가 부진했던 원인은 선사들이 지난해 발주를 집중한 데 있다. 올해부터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 건조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선사들이 발주를 앞당겨 진행한 것이다. 아울러 수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저유가 기조도 이어져 한국 조선업의 부활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는 1월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2월 한 척을 수주한 것을 제외하면 대우조선은 두 달째, 삼성중공업은 석달째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원인은 무엇보다 환경규제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건조하는 선박에 대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배출기준을 높였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선박을 건조할 때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설비를 추가로 적용해야 한다. 선박건조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선사들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한발 앞서 발주를 진행했다는 게 조선업계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황 자체가 불황이기도 하지만 비용 증가를 우려한 선사들이 지난해 발주를 몰아서 진행한 경향이 뚜렷했다"면서 "2월부터는 서서히 수주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초 수주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업황은 올해도 녹록지 않다. 국제유가가 당장 오를 가능성이 희박해 친환경·고효율 선박인 에코십 투자가 위축하고 해양플랜트도 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계 중 어느 연료를 택할지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2017년까지 신규투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선 시황을 주도한 선종인 대형 컨테이너선 역시 지난해 집중 투자가 이뤄져 올해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업계는 수주 가뭄이 해소되는 데 최소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와 내년은 기존 수주물량으로 버티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까마득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잔량을 2년 치 정도 확보해 당장 도크(선박이나 해양 플랜트를 가둬두고 건조하는 곳)가 비거나 일감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2017년 이후부터는 수주 잔고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