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만 배불린 '코리안블프' 입점업체 실제 부담률 50% 50% 할인땐 매출 절반 깎여 백화점은 2주간 2670억 매출 해외백화점은 비용 직접부담 가격 부풀리기·조작 등 꼼수 기형적구조 결국 소비자피해
정부가 내수 활성화,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해부터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K-세일' 등이 결국 백화점만 배불리고, 입점 판매업체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들은 입점 업체들에 판매가격 할인을 종용하면서도, 40%에 달하는 높은 입점 수수료를 챙겨가는 소위 '갑질'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5일 롯데백화점이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한 블랙프라이데이 출장 세일 행사 모습. 유동일기자 eddieyou@
불황에 소비가 얼어붙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참여한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 내수진작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정부가 기획하고 백화점이 앞장선 할인행사에서 백화점 업계가 매출 증가 실익을 챙기면서 할인에 따른 비용과 부담은 입점업체에 고스란히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중기중앙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블프 당시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상품 할인폭 만큼 고스란히 상품 판매가를 낮춰 매출이 수십% 줄어드는 가운데도 백화점에는 전체 매출의 40% 가까운 판매수수료를 그대로 냈다. 입점업체들은 백화점이 통상 할인행사 시 10% 할인 당 1% 수수료 인하를 해주는데 코리안블프에선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는 정부 정책에 동참해 '노마진 세일'은 물론 대형창고 할인행사까지 연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하며 2주간 전년보다 24% 늘어난 2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중기중앙회가 할인행사에 참여한 입점업체 115개사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55%는 기존에 내던 40% 수준의 수수료를 인하 없이 그대로 내고, 나머지 45%는 70∼80% 할인해도 5% 미만 인하되는 데 그쳤다. 정부 정책에 앞장서 '노마진 세일' 생색을 낸 백화점들이 마진은 챙길 대로 챙기고 손해는 입점업체들에 전가한 것이다.
이 같은 기형적 결과는 백화점 업계가 지나친 수수료 횡포를 할인행사에서도 고집했기 때문이다. 국내 백화점들은 입점업체로부터 매출의 30% 내외를 판매수수료로 받는데 셔츠·넥타이·여성정장·잡화 등 매출비중이 큰 패션품목은 40% 선으로 더 높다. 입점업체는 여기에 인테리어비, 광고비, 매장운영비, 인건비 등이 붙어 실제 부담률은 50% 이상이라고 밝힌다. 상품 제조원가와 기타비용은 제외하고 백화점 매장유지에만 매출의 절반 이상이 드는 것.
이런 상황에서 50% 할인을 하면 입점업체는 매출이 절반 깎이는 구조다. 반면 백화점은 수수료를 약간 낮춰도 할인기간에 전체 매출이 늘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눈덩이로 커지는데 5% 수수료 인하 관행마저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미국, 유럽 등 해외 백화점은 상품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할인행사 비용도 백화점이 지는 것과 달리 국내 백화점은 매장만 빌려주고 상품 관리, 판매, 재고, 운영 등 비용은 모두 입점업체에 부담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선 백화점은 세일을 하면 할수록 이득을 보고 입점업체들은 팔수록 손해볼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4년 할인행사를 무려 100일간 했다. 사흘에 한번 꼴로 세일을 한 셈인데 지난해에는 코리안 블프, K-세일 등이 추가되면서 유통업계는 총 170여일 간 할인행사를 이어갔다.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떠밀리듯 할인에 참여하면서 온갖 손해와 비용은 떠안은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왜곡된 유통구조가 가격 부풀리기나 가격표 조작 등의 꼼수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통분야 한 전문가는 "이런 행태를 계속한다면 백화점들은 매장을 내주고 높은 자릿세와 횡포를 일삼는 악덕 부동산 임대업체나 다를 바 없다"며 "이윤을 못 남기는 할인 행사가 이어지면 결국 납품업체는 상품 가격 자체를 올리거나 거짓으로 할인율을 높이는 눈속임을 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행사를 주관한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7.9%였는데 납품업계 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실제로는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수료를 보다 정확하게 조사하고 백화점만 배불리는 '기형적' 할인행사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