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ETRI 원장
이상훈 ETRI 원장


올해로 마흔 아홉 번째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1967년부터 매년 1월에 가전 신제품을 소개하는 대표적 전시회로 VCR, LP, DVD 등과 같은 다양한 새로운 가전제품과 기술을 최초로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 CES의 가장 큰 변화는 전기차·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 로봇, 웨어러블, 드론, 증강현실, 3D 프린팅 등 기존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닌 다양한 미래 소비자 기술들의 전시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더 이상 CES가 단순 가전 중심 전시회가 아닌 폭넓은 미래형 소비자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이슈를 선도하는 행사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CES 행사가 던진 화두를 정리해보면, 탈 것의 '차(車)', 입을 것의 '의(衣)', 삶의 공간으로서의 '주(住)', 그리고 중국의 '중(中)'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먼저 '차(車)'를 살펴보면, 특히 완성차 업체 9개사를 포함해 자동차 관련 업체 115개사가 축구장 3.5개 크기의 전시 공간을 통해 선보인 자동차의 미래는 주목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 이후 가장 큰 혁신이 이뤄질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 기술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참가 기업들은 개발 중인 순수 전기차를 시연했고, 자동차 스스로 운전을 하는 자율주행 기술과 이를 위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위험을 판단하며 주행하는 인공지능 기술들을 선보였다. 또 '의(衣)'분야에서는 삶의 질을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의 등장이 주목할만 했다. '최고의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생활 속에서 스스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자기 중심적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생생히 보여준 것이다. 웨어러블 제품들도 손목 중심에서 전신으로 확대되고 있고 적용대상도 반려동물이나 영·유아까지 확대됐으며, 의료기 수준의 품질과 정확도를 갖는 다양한 센서와 센싱 기술의 결합은 신체와 보다 밀접하게 결합되는 웨어러블 기기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주(住)' 또한 생활 공간의 진화로서 충분히 주목할만 했다. 사물인터넷은 단순 가전 기기 중심의 자동 제어 단계를 넘어 이젠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사물을 연결하며 라이프 컨버전스로 나아가는 비전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던 IoT 분야의 다양한 표준들과 제품 아이디어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도 함께 시작됐음을 실감케 됐다.

마지막으로, '중(中)'은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올해 CES에는 3800개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이중 중국 기업들이 1200여개, 중화권 업체들로는 1600개 이상 참여했다. 단순 제조뿐 아니라 선진 기술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힘을 느끼게 했다. 스마트폰, LED, TV와 같이 국내 제조사가 앞서던 분야는 턱밑까지 따라왔고, 반도체 분야는 과감한 투자로 추격하고 있으며, 드론 같은 분야는 이미 멀리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면 '기술중화(技術中華)'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결국 CES 2016이 던지는 화두를 종합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귀결되지 않나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만드는 새로운 산업혁명으로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융합'이 진행된다. 사물들과 삶의 공간들이 연결되고, 자동화된 인공지능 기술들과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제조기술들이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일련의 변화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변화는 생산과 소비 방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될 것이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등에 의해 사회구조 변화까지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런 근본적이면서도 혁명적인 산업기반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기술이 기술을 넘어 인류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신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고 기술은 이제 사회변화에 따른 다양한 이슈들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주도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인간을 중심으로 혁신에 기반한 원천 기술력 확보'에 있다. 혁신을 장려하고 인재를 육성하며 미래기술과 원천기술을 긴 호흡으로 확보, 집중하는 것이 빠른 변화에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상훈 ETR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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